김병주 회장이 이끄는 MBK파트너스의 몸값(지분가치)이 국내 사모펀드(PEF) 중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아시아 최대는 물론 세계 5대 사모펀드 반열에 오르는 규모다.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보유한 기업 16곳의 매출을 합하면 57조원, 임직원은 39만 명에 육박한다.

MBK파트너스, 몸값 12조…글로벌 톱5 PEF 반열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MBK파트너스는 자사 지분 12.5%를 미국 자산운용사 다이얼캐피털에 11억8000만달러에 매각했다. 전체 지분가치는 95억달러(약 11조6000억원)로 평가됐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글로벌 5대 PEF인 TPG의 시가총액(90억달러)을 웃도는 수준이다. 아시아에선 1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우리금융지주(시총 10조7000억원) 미래에셋증권(5조900억원)의 몸값보다 높다. MBK파트너스와 함께 아시아 3대 PEF로 꼽히는 베어링PEA는 지난 17일 유럽 최대 PEF인 EQT에 매각되면서 68억유로(약 9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국내 PEF업계에선 MBK파트너스의 몸값이 10조원을 넘어선 데 대해 국내 PEF의 거래 발굴, 보유 기업 관리 능력, 투자금 회수 역량 등을 해외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PEF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펀드의 성장 가능성과 운용사의 수익배분지표를 가늠해 가치를 책정한다.

MBK파트너스는 두 지표에서 모두 글로벌 정상급 PEF 수준의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 운용사는 2005년 창업 이후 17년간 연평균 29%씩 펀드 규모를 키웠다. 현재는 256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수익배분지표도 글로벌 최상위 PEF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7년간 35건의 투자 회수를 통해 평균 19%의 연환산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다. PEF는 통상 펀드 수익률이 IRR 8%를 넘기면 초과금액의 20%를 성과보수로 받게 된다. MBK파트너스는 이 기준을 연평균 10%포인트 초과한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2005년 김병주 당시 칼라일 아시아 회장이 윤종하 칼라일 한국 대표, 겐스케 시즈나카 일본 대표, 부재훈 아시아 통신·미디어 부문 대표 등과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한미캐피탈을 인수하며 처음 이름을 알렸다. 코웨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대성산업가스 등을 인수한 뒤 매각하며 차익을 거뒀다.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보유한 기업은 홈플러스 롯데카드 모던하우스 골프존카운티 등 16개사(비경영권 투자 포함 시 27개사)에 달한다.

지난해엔 국내 제조기업인 두산공작기계, 일본 최대 골프체인 아코디아골프, 중국 물류회사 에이팩스 매각 등에 잇달아 성공하며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서 모두 조(兆) 단위 차익을 거둬 화제가 됐다. 각각 50%, 36%, 30%의 IRR을 올렸다. 매년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네파 등의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이 PEF의 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