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생애주기에 맞춘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생애의 큰 이벤트인 결혼, 주택구매, 자녀 입학 등에 맞춰 목적별 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틈틈이 노후 대비에도 힘써야 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개인이 국민연금을 최고액으로 지급받는다면 월 2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월 200만원 이상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1356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에 추가적인 준비 없인 은퇴 후 현금 흐름이 부족한 상태로 노후를 맞는 ‘소득 크레바스’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십 년 뒤까지 내다보는 긴 호흡의 생애 재테크가 절실한 이유다.
첫 월급 플렉스 대신 재테크…2030, IRP·연금저축부터 들어라

○수십 년 뒤 내다보는 생애재무설계

생애 자산관리의 시작은 부모로부터 시작한다. 아이를 위해 재테크 전략을 짜줘야 한다. 우선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넣어둘 고금리 적금상품을 골라야 한다. 시중은행보단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상품에서 찾는 게 유리하다. 금리 조건보다는 우대조건, 적립 기간에 따른 이자 혜택을 따져 가입하는 게 필수다.

자녀가 성장하면 ‘재무교육’이 필요하다. 용돈을 스스로 관리하게 하고 체크카드를 만들어줘야 한다.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면 생애 자산관리에 대한 개념을 정립시켜 연령대에 맞게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를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엔 하나은행의 ‘아이부자’ 앱과 같은 청소년용 금융 플랫폼이 적지 않은 만큼 활용해볼 만하다.

20~30대 사회초년생 시기는 생애 자산관리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때다. 각종 보험 등 평생 금융상품에 가입해야 하고, 본격적으로 금융투자를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원휴 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지점 PB부장은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의 투자 성향을 제대로 진단하고 원칙을 세우는 게 생애 자산관리의 첫걸음”이라며 “시대의 흐름과 변화의 속도는 빠르므로 다양한 정보 습득과 전문가의 조언도 적극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은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취업과 동시에 가입해야 한다. 이때는 다소 위험(리스크)을 감수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산 인출 시점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주식에 적립식 투자를 오랫동안 지속할 경우 중도에 가격이 빠지더라도 꼬박꼬박 원금을 쌓을 수 있고, 최종 인출기의 지수 수준에 따라 수익률을 높일 여지도 많다. 구체적 재무 목표를 설정하고, 월 수입과 지출을 점검하는 태도도 생애주기 재테크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노후엔 수익보다 현금흐름이 중요

40~50대엔 좀 더 넓은 주택을 구매하거나 자녀 학자금 및 결혼 등 목돈이 들어가야 할 일이 종종 생긴다. 전문가들은 좀 더 자세히 쪼개 40대는 자산을 불려나갈 시기, 50대는 은퇴 이후를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기로 분류한다. 급여 수준이 높아진 40~50대엔 중위험·중수익형 투자상품 비중을 늘려야 한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IRP에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상품을 담는 것도 필수다.

60대 이상 은퇴생활자는 매달 또는 분기별로 현금흐름이 발생할 수 있도록 ‘인컴형’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월 지급식 주가연계신탁(ELT), 주가연계증권(ELS) 또는 즉시연금, 인컴펀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현금이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생애주기 자산관리는 ‘가족 재테크’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복리효과가 있고, 계약자와 수익자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이 요긴하다. 주식 시황과 부동산 전망 세미나 등에 가족이 참여해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속 증여 등과 관련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재원 신한PMW서초센터 팀장은 “평생 재테크 관점에선 연령대별 전략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재무상 목표가 무엇인지, 준비된 자산과 필요 자산의 차이를 어떻게 채워나갈지가 중요하다”며 “차이가 크고 투자 기간이 길게 남았다면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차이가 적고 투자 기간이 짧다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