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중앙 부처에서 인수위에 파견될 공무원들의 명단도 확정됐다. 국·과장급을 중심으로 28명이 파견되는 각 부처 공무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개별 파견자의 면면에 따라 힘을 싣는 방향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해체를 밝힌 여성가족부에서는 파견 공무원이 한 명도 선정되지 않는 등 부처별 명암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에너지·고용 담당 중용

여가부, 인수위 파견 '0'…공정위·환경부도 '찬밥'
인수위에 가장 많은 공무원을 파견한 부처는 기획재정부다. 다른 부처에서는 과거 인수위 대비 절반 정도의 인원만 파견했지만, 기재부는 국장 3명, 과장 3명 등 이전과 비슷한 규모의 공무원을 파견했다. 분야별로는 경제정책 관련 2명, 세제 관련 1명이 파견됐다. 또 예산 분야에서 3명이 인수위에서 일하게 됐다. 김완섭 예산총괄심의관을 비롯해 주로 예산 분야에서 일해 온 김동일 대변인, 오정윤 공공혁신과장 등이다. 예산실 인사가 대거 인수위에 배치되면서 임기 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한 소상공인 지원 등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윤 당선인이 공언한 지출구조 조정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질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파견 공무원 2명이 모두 에너지 분야 인력으로 채워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2명의 파견자 중 한 명이 에너지 관련 부서에서 선정됐다. 원자력발전 전문가 중심의 민간 전문가들과 협업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정, 전력 인프라 확충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및 노동 분야에서는 고용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인수위 파견자가 정해졌다. 과거 노사 정책과 고용 정책 분야에서 동등하게 인수위 파견자가 나왔던 고용노동부에서는 2명이 모두 고용정책 분야에서 정해졌다. 교육부의 유일한 국장급 파견자인 김일수 산학협력정책관도 산업계 수요에 맞춘 인재 양성 정책을 담당해 왔다. 산업 현장의 필요와 기술 혁신에 맞춰 인재를 수급하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정책을 짤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국토부 등 무게감 떨어져

반면 여가부는 한 명의 공무원도 파견하지 못했다. 국장급 2명, 과장급 2명의 후보를 추천했지만 인수위 측에서 받지 않았다. 인수위 조직 단계부터 여가부 폐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에서는 과장만 한 명씩 파견했을 뿐 국장급 파견자가 없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대기업 규제를 전담하는 조직이 신설되는 등 확대됐던 공정위의 기능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1일 발표된 경제1분과 민간 위원에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공정거래 업무를 담당하는 박익수 변호사가 선임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상 기업 감독 등의 이슈에서 로펌은 공정위와 대척점에 서는 만큼 조직 차원에서 악재”라며 “역시 인수위 파견이 한 명만 이뤄졌던 이명박 정부 시절 수준으로 공정위의 권한과 업무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부에서는 전완 폐자원관리과장이 유일하게 인수위에 낙점됐다. 환경부가 주도하는 탄소 감축 정책의 핵심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인사다. 관련 정책의 무게 중심이 환경부 주도의 규제에서 원전 등 탈탄소 에너지 공급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도 이번 인수위에서 무게감이 떨어졌다. 집값 안정의 핵심인 공급 정책 주도권을 김성보 주택정책실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내주게 됐다. 김현미·변창흠 장관을 거치며 임명된 국토부 고위 공무원에 대한 인수위 측의 반감이 투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유일하게 국토부에서 파견된 백원국 국토정책관은 부동산 정책보다 국토균형발전 관련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게 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무역·통상 전문 공무원의 인수위 파견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대선 공약대로 통상 업무가 외교부로 이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경목/이지훈/곽용희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