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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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축소했던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전체 보증금의 80%'로 원상 복구한다. 은행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분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다른 은행들도 전세대출 한도 복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에 대해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했던 전세대출 한도를 전체 보증금의 80%까지로 다시 확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전셋값이 3억원인 아파트에 1억원 전세대출을 받아 살고 있던 세입자가 계약 갱신 후 보증금이 4억원으로 올랐다면 이제까지는 보증금 증액분인 1억원까지만 추가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새 보증금의 80%(3억2000만원)에서 기존 대출금을 뺀 2억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전셋값 증액 여부와 관계없이 다시 보증금의 80%까지 꽉 채워 대출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도 '잔금 지급일'에서 '잔금 지급일 또는 주민등록전입일 중 빠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다시 확대하기로 했다. 이 역시 지난해 10월 전세대출 한도 축소와 함께 제한된 상태였다. 이렇게 되면 다른 곳에서 구한 돈으로 전세금을 내고 우선 입주한 세입자도 전입일로부터 3개월까지는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 신청이 가능했다.

앞서 우리은행을 비롯한 17개 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대출을 내주고 신청 기간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세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 전세대출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면서 대출을 필요 이상으로 한도껏 받은 뒤 보증금을 내고 남은 여윳돈을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올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데다 규제 강화, 부동산 거래 부진 등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크게 줄면서 은행들도 잇따라 대출문을 다시 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 2%대 전세대출 금리가 흔했지만 이제는 최저 금리도 연 3%대 중후반을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은행이 굳이 대출 한도를 인위적으로 제한하지 않아도 보증금 증액분만큼만 대출을 받으려는 세입자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이와 함께 비대면 전세대출 제한을 풀고 신규 가계대출 신청자에게 대출금리를 0.2%포인트 깎아주는 특별 우대금리도 신설한다. 오는 21일부터 5월 31일까지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인 아파트론·부동산론과 우리전세론, 우리WON주택대출을 새로 신청하는 사람이 대상이다.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전세대출 정상화에 나서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출 한도를 복원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신한·하나은행 관계자는 일제히 "전세대출 한도 정상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