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공장에서 건설용 시멘트를 받아가려는 운송 트럭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공장에서 건설용 시멘트를 받아가려는 운송 트럭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17일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공장 앞에선 시멘트를 운송하러 수도권에서 온 40t급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20대가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다. 시멘트 공급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평균 6~7시간. 평소에는 건설 현장이 많은 서울 인근의 출하기지에서 시멘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시멘트 ‘공급 대란’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BCT가 물량을 먼저 받기 위해 시멘트공장 앞에서 장사진을 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발전 및 시멘트 생산의 연료가 되는 유연탄 국제 가격이 t당 400달러대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전국에서 시멘트 공급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재고 상황이 이대로 가면 다음달부터는 건설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유연탄 가격 평가기관인 GCI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 7일 t당 42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 현재 351달러로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이는 2020년 평균 가격(60달러)의 6~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세계 유연탄 주요 생산기지인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되면서 유연탄 거래가 중단된 영향”이라며 “세계 유연탄 수요가 러시아 대신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 대체 공급 국가로 몰린 데다 ‘투기성 가수요’까지 몰려 국제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시멘트업계가 쓰는 유연탄은 75%가 러시아산이고 25%가 호주산이다.

유연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러시아산을 구할 수 없다 보니 시멘트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쌍용C&E, 한일, 아세아, 성신양회 등 시멘트업계 전체 재고는 현재 65만t이다. 이 가운데 장시간 공기 노출로 굳어져 판매가 불가능한 ‘사장 재고’(30만t)를 제외하면 사실상 35만t만 남는다. 이는 평상시 적정 재고량(120만t)의 30% 수준이다. 시멘트업계 하루 출하량(20만t) 기준으로 1.5일분만 남은 셈이다. 한 시멘트업체 임원은 “현재 시멘트 가격은 t당 7만8800원으로 이는 유연탄이 70~80달러일 때 기준으로 정해진 가격”이라며 “현재로선 유연탄 공급을 받더라도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출하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정책도 시멘트대란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시멘트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긴급 설비 개보수에 들어가면서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현재 시멘트업계 전체 34개 소성로(시멘트 제조 설비) 가운데 20%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도 공급에 악영향을 줬다. 시멘트업계 1위 쌍용C&E의 동해공장 한 소성로에선 지난달 협력업체 직원이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동해공장 생산의 12%를 담당하는 이 소성로 공사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시멘트뿐 아니라 골재 수급도 비상이 걸렸다. 1월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고용부가 골재 채취작업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양주 채석장은 서울 도심권과 경기 북부지역 골재 수요의 약 20%를 감당해왔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유연탄을 많이 쓰는 발전사들의 영향으로 전력요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든지, 시멘트가격을 정상화하든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