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얼른 사재기 하세요"…자영업자들 불안에 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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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여파 곡물값 상승에 자영업자들 긴장
"이미 50~60%씩 가격 뛰었다…지금부터가 더 걱정"
"이미 50~60%씩 가격 뛰었다…지금부터가 더 걱정"
”밀가루 값이 더 오를 수 있다네요. 얼른 사재기 하세요. 저는 이미 쟁여놨는데 더 사둘 생각입니다.“자영업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선 최근 '밀가루 사재기' 관련 문의와 조언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밀가루 등 수입곡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외식 자영업자들의 비용 압박이 갈수록 커져서다.
얼마 전 새로 개장한 식자재 마트에서 중력분 밀가루(10㎏) 다섯 포대를 미리 사놨다는 분식집 사장 김모 씨(55)는 ”밀가루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샀다“이라면서 ”할인 행사를 하길래 살 수 있는 만큼 사뒀다. 이번 주말 식자재 마트 몇 군데 더 들러 몇 포대 더 사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곡물 값, 8년9개월만에 '최고치'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밀·옥수수 등 수입곡물 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사재기 움직임이 포착된다.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 상가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박미나 씨(35)도 “뉴스에서 곡물 가격이 조만간 오를 것이라고 해서 밀가루, 옥수수콘 등 필요한 것들을 미리 사두고 있다”며 “이미 두세 달 전보다 원재료 값이 많이 뛰었는데 이제부터가 진짜인 것 같다. 추가로 계속 사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밀은 수요 대비 공급이 원할하지 않아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2월 수입 밀(메슬린 포함)의 t당 가격은 369달러. 1년 전보다 37.3%, 2년 전보다는 46.6% 상승했다. 옥수수의 가격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수입 옥수수의 t당 가격은 335달러로 1년 전보다 40.1%, 2년 전보다는 63.4% 올랐다.
이미 50~60% 급등했는데…"더 오를라" 불안
수입곡물 가격 상승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더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번 사태로 곡물 생산 및 유통이 어려워진 이유다.특히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채 1%가 안 된다(2020년 기준 0.8%). 국제 밀 가격 상승은 국내 제분업계에서 생산하는 밀가루 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자연히 라면·과자·빵·피자·햄버거 등 밀가루를 쓰는 식품들의 연쇄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국제 곡물시장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업계 재고 등 원료 수급 상황을 점검하면서 수입선 변경, 대체입찰 등 대응방안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이미 일부 국가는 이미 밀 등의 곡물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다. 물가 인상 공포가 커지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에서 피자·파스타 등을 파는 양식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이모 씨(39)는 "이미 옥수수콘 등은 3kg 기준 6개월 전에 비해 50% 이상 급등했다. 대부분 재료들이 몇 개월새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60%씩 뛰었다“며 ”여기서 더 오르면 영업을 지속하는 데 영향이 있을 것 같아 밀가루값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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