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 카드 저축은행 핀테크 등 주요 금융회사들은 차기 정부가 ‘손톱 밑 가시’ 같던 각종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저마다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은행 보험 등 전통 금융사들은 빅테크에 맞서 쇼핑 의료 등 비금융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오프라인 영업점을 전제로 한 판매 규제를 디지털 환경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연금 및 장기투자 세제 혜택 확대(보험·증권), 예금보험료 인하(저축은행), 암호화폐 기본법 제정(핀테크·암호화폐) 등 과제도 금융사들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주요 ‘희망사항’에 포함됐다.
금산분리 유통기한 지났다
은행·보험 "쇼핑·의료 데이터 개방해달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산업 간 분리(금산분리) 원칙’은 과거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전제로 한 개념으로 디지털 융합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디지털과 금융을 사실상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기존 규제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예를 들어 인터넷은행만 보더라도 지금은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신규 허가를 내주는 방식인데 앞으로는 영국 등에서 운용 중인 ‘챌린저 뱅크’처럼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형 은행 임원도 “전통 금융사들은 앱을 하나 만든다고 해도 빅테크와 달리 신용정보법, 전자금융법 등 살펴봐야 할 법이 적지 않다”며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데도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기존 은행 업무와 연관성이 충분한지 등을 하나하나 검토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규제 완화와 함께 데이터 개방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은행 임원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에 빅테크들은 금융 정보를 고객 동의 아래 가져갈 수 있는 반면 금융사들은 쇼핑이나 배달 등 상거래 데이터에 접근할 길이 없다”며 “금융사들도 빅테크처럼 금융 및 생활 빅데이터를 연계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형 보험사 대표도 “건강 관리와 보험을 결합한 서비스 혁신만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보험사들의 장기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등이 보유 중인 의료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혁신과 경쟁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개방으로 혁신 유도”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도 할 말은 많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과 비교해 낡은 금융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빅테크 대표는 “전 세계 핀테크 유니콘 기업 94개 중 한국 기업은 단 1개에 불과하다”며 “비대면 환경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핀테크 기업들에 기존 오프라인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이 같은 글로벌 경쟁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3년마다 산정하도록 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이나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저축은행 영업권역 제한, 법적 근거조차 없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 금융사 서버를 인터넷과 물리적으로 분리하도록 한 ‘망분리 규제’ 등도 윤석열 정부가 해소해야 할 시대착오적인 금융 규제로 꼽혔다.

빈난새/이인혁/박의명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