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유럽 국가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확대에 나서면서 ‘떠다니는 LNG 터미널’로 불리는 FSRU(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가 조선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FSRU는 액체 상태의 LNG를 기화해 육상에 공급하는 기능을 갖춘 특수 선박이다. 국내에선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조선업계 최초로 노후 LNG선을 개조해 만드는 FSRU를 앞세워 시장에 진출한다.
폭발하는 LNG 수요…'선박형 터미널' 뜬다

올해부터 개조 FSRU 수주 본격화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해부터 LNG선을 FSRU로 개조하는 프로젝트 수주에 본격 나선다. 작년 8월엔 개조 FSRU 핵심 설비인 LNG 재기화 모듈 개발을 완료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현대중공업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건조한 선박의 AS와 개조 등을 담당한다. 이 회사는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첫 계열사로 주목받기도 했다.

신조 FSRU는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의 주요 먹거리다. 작년 말 기준 세계 FSRU 35척 중 33척을 국내 업체가 건조했다. 가격은 척당 3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진출하는 시장은 건조가 아니라 개조 분야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운항 선박의 탄소 배출 감축 규제로 퇴장 압박이 커지고 있는 노후 LNG선을 FSRU로 개조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LNG 저장탱크가 장착된 LNG선을 개조하는 비용은 약 1억~1억5000만달러로 FSRU를 새로 건조하는 것에 비해 50% 이상 덜 든다. 공사 기간도 1년 정도로 3년에 달하는 건조 방식에 비해 짧다. 대규모 부지 마련이 필요한 육상 터미널에 비해선 초기 비용과 투입 시간이 10~20%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개조 FSRU는 빠른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고 초기 비용이 저렴한 게 장점”이라며 “LNG선과 FSRU 모두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개조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NG 시대 ‘메가트렌드’ 공략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개조 FSRU 시장 진출은 꾸준히 늘고 있는 LNG 수요와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따른 노후 LNG선 교체라는 조선업계의 글로벌 메가트렌트를 겨냥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에 따르면 지난해 3억8000만t이던 글로벌 LNG 수요는 2040년 7억t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연간 10~20척가량의 FSRU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을 개조 FSRU가 차지할 전망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강화되는 환경 기준에 영향을 받는 1세대 노후 LNG선은 250여 척으로 운항 중인 전체 LNG선 600여 척의 40%에 달한다. 노후 LNG선을 고철로 파는 것보단 FSRU로 개조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반사효과도 기대된다.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드에 따르면 최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FSRU 도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스관으로 공급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LNG터미널을 구축하는 방안으로 FSRU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LNG 사용량이 적은 신흥국 중심으로 발주가 이뤄지던 FSRU의 활용처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