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내달 초 임기가 만료되는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의 후임 인선을 놓고 한국은행과 금결원 노조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최근 이례적으로 새 원장 선출을 위한 임시 사원 총회 개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금결원 노조 측은 정권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의도로 보고 강력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4일 금결원에 이주열 총재 명의로 ‘금융결제원 임시 총회 소집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 한통을 발송했다. 원장후보추천위원회(원추위) 규정 개정과 위원회 위원 선임 등을 위한 임시총회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금결원 정관에 따르면 임시 총회는 개최 요구 2주내 열어야 한다. 또 (한은 총재가) 요구한 안건을 수정 없이 상정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이에 따르면 금결원은 오는 18일까지 원장 선임 논의를 위한 임시 총회를 열어야 한다.

금결원의 원추위 구성권은 사실상 한은이 갖고 있고, 사원총회의 의장도 한은 총재가 맡아 왔다. 이때문에 금결원 원장 선임에 한은의 ‘임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와 2020년 국정 감사에서는 한은의 금결원 인사 결정에 대한 지적이 연이어 이어졌다. 금결원 노조도 한은이 사실상 주도하는 선임 절차를 바꾸고, 다양성을 담보하는 원추위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은도 이같은 지적을 고려해 새 원추위 운영 개정안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금결원 구성원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위원으로 선임하고 △의사록을 대외 공개하고 △공개 모집 원칙을 규정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사실상 한은의 영향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면피성 방안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최재영 금결원 노조위원장은 “형식적으로는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 같지만, 직원 대표(위원)를 선임하는 권한을 한은 총재가 행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인정되는 임시 총회 권한을 남용해 한은이 금결원 인사와 규정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노조는 은행권 노조에 협력을 요청하고, 일정 강행시 파업 등 투쟁 등을 이어가다는 입장이다.

금결원은 금융 공동 전산망을 운영하고 지급 결제를 담당하는 사단법인으로, 현 김학수 원장(금융위 출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은 출신이 원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기존 원장 임기 만료 전 3개월 전 정도에는 원추위가 구성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선을 앞두고 모든 절차가 잠정 중단되면서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내홍이 이어져 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 공공기관이나 연구 기관 등은 내부 출신 인사가 수장을 맡은 사례가 나오고 있는 반면 금결원은 단 한번도 없었다”며 “한은 총재 임기 만료라는 큰 이벤트까지 있어 갈등의 불씨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차기 원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원칙대로 후임 인선에 들어간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 원장의 임기가 4월초에 끝나는데 공백이 길어질 수 있어 원추위를 구성을 위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금융결제원장 정관 및 원추위 구성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원추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