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산은만으론 안돼" 발언에 수출입은행 등 "남 일 아냐"
산은 직원들 "이직 고려"…이동걸 회장 "지방 이전은 소탐대실"
"우리도 가나…" 산은 이전 공약에 재경 금융공기업 '좌불안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역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꼽히는 가운데 수출입은행 등 다른 서울 소재 금융 공공기관들도 지방 이전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 등 일부 정책금융기관 직원들은 대선 이후 산은의 부산 이전 공약을 둘러싼 정치권 동향과 금융권 반응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당선인이 유세 도중 '산은 이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지를 남긴 터라 '우리도 덩달아 가는 것 아니냐'며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4일 부산 유세 현장에서 "산업은행 하나 가지고는 안 되고 대형은행과 외국은행들도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선 이전 기관이 산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했다.

이에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기관도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수협은행 등 서울에 본사를 둔 다른 정책금융기관이나 특수은행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들 기관의 경우 당장 직원들의 불안감이 가시화한 단계는 아니지만 지방 이전 이슈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선 직후라 뚜렷한 얘기가 들리는 것은 없지만 산은 이전 공약도 예상치 못하게 나왔던 만큼 직원들도 산은 이슈를 남의 일로만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부산 지역 공약을 내놓으면서 예상에 없던 '산은 이전'을 명시해 부산 지역과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윤 당선인이 산은 이전을 공약으로 전격 채택한 데에는 대선캠프 정책위원이었던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설득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부산 지역 단체들은 부산의 금융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선 산은과 같은 대형 정책금융기관 유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현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는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한국거래소 등 다양한 금융기관이 이전해왔지만, 금융중심지 역할 수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도 가나…" 산은 이전 공약에 재경 금융공기업 '좌불안석'
산은은 이전 공약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연차가 낮은 직원이나 이직 후에도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원들은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은 노조는 산은의 역할은 도외시된 채 대선 과정에서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 됐다며 지방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방 이전 관련 입장문에서 "전 세계 주요국 사례 및 대한민국 경제에서 산은의 역할을 고려할 때 산은 본점의 지방 이전은 기관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 악화까지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 1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옮겨봐야 소용없고 소탐대실할 것"이라며 이전을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간담회에서 "근본적인 인프라와 기술을 갖춰나가고 금융이 도와줘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몰이해 탓에 지역 정치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며 "말이 마차 앞에 있어야 하는데 마차를 말 앞에 두고 끌어보라고 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