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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에서 판매하는 꿀호떡 메뉴. [사진=이디야커피 제공]
이디야에서 판매하는 꿀호떡 메뉴. [사진=이디야커피 제공]
어린 시절 전통시장이나 놀이공원에서 먹었던 간식을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소비자를 노린다'는 콘셉트는 기획자 의도가 적중했다.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가 선보인 호떡과 추로스 메뉴 얘기다. 이달 기준 자사 베이커리 판매량 톱3 메뉴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 10월 처음 선보인 꿀호떡 메뉴는 지난해 9월 재출시한 이후 누적 판매량 66만개(올해 2월28일 기준)를 돌파했다. 학창시절 놀이공원에 갔을 때 사 먹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추로스는 지난달 22일 출시 후 2주 만에 7만5000개 이상 판매되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주목했다. 주로 야외에서 먹었던 호떡이나 추로스와 같은 디저트 메뉴를 떠올리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메뉴를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향수' 콘셉트에 맞춰 포장지 디자인도 신경을 썼으며, 음료가 주력 상품인 이디야 매장에서 베이커리류를 제조할 때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조공정을 간소화한 것 또한 신규 디저트 메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추억의 디저트'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우승연 이디야 상품기획팀 베이커리 매니저를 만났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우승연 이디야 상품기획팀 베이커리 매니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우승연 이디야 상품기획팀 베이커리 매니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이디야에서 판매하는 호떡과 추로스 메뉴가 인기가 높던데요.

"꿀호떡은 찹쌀 반죽에 달콤한 호떡 소를 넣어 노릇하게 구워 판매하는 메뉴입니다. 출시와 동시에 온·오프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여 '품절 대란 아이템'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습니다. 처음에는 시즌 상품이었어요. 재출시 요청이 이어져 2021년 하반기 재출시하게 됐습니다. 쌍쌍추로스는 지난달 이디야가 출시한 신제품입니다. 출시 당일부터 베이커리군 제품 판매 1위를 달성했고 이후 2주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주 만에 약 7만5000개가 팔려나갔어요. 15초마다 1개씩 판매된 셈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디야 이런 것도 팔아?' '상상도 못했다' 같은 반응을 확인할 때면 내심 뿌듯합니다."

▷호떡 하면 길거리, 추로스하면 놀이공원이 떠오릅니다. 카페에서 어떻게 이런 디저트를 판매할 생각을 했나요?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외출을 지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호떡이나 추로스처럼 옛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제품을 언급하는 글을 온라인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호떡 먹고 싶다. 그런데 호떡을 파는 데가 없다' 등의 내용이 많이 보였습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이디야에서 이런 메뉴를 팔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배달'이나 '안전한 먹거리'라는 키워드로 준비한다면 성공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카페 메뉴를 배달시켜 먹는 사례도 늘어나는데, 디저트를 배달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요.

"추로스는 바삭한 상태로 먹어야 풍미가 살아납니다. 배달 시 추로스를 담은 종이를 완전히 접으면 제품이 눅눅해지기 때문에,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봉투을 일부 개봉해 포장한 뒤 배달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메뉴 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가게의 호떡과 추로스를 맛보셨을 것 같습니다.

"호떡과 추로스를 판매하는 곳 이곳저곳을 다니며 맛 조사를 했습니다. 호떡을 예로 들자면, 주로 시장과 백화점을 다녔습니다.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호떡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것에 비해 기름지고 자극적인 맛이 강합니다. 반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호떡은 담백한 맛이 강했습니다. 이디야 호떡은 이 두 곳의 장점만을 가져와 만들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우승연 이디야 상품기획팀 베이커리 매니저가 자사 추로스 제품 포장지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우승연 이디야 상품기획팀 베이커리 매니저가 자사 추로스 제품 포장지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카페에서 흔히 판매하는 메뉴가 아닌 만큼 우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처음 제품 기획 아이디어를 공유했을 땐 주변에서 '카페에서 뭐 그런 걸 파냐' '이게 팔리겠느냐' '이런 제품 파는 브랜드는 있냐'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제품 출시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겠네요.

"추로스와 호떡 모두 콘셉트가 중요하다 생각해 전용 포장부자재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두 제품 포장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꿀호떡의 경우 포장재를 크라프트지에 인쇄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생산품을 확인해보니 인쇄가 기대보다 깔끔하게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어요. 추로스 또한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해 자사 최초로 산림관리협회(FSC) 인증을 받은 포장재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재활용 제지 특성상 잉크가 잘 안 붙어 기대만큼 인쇄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포장재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오히려 결과는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꿀호떡의 경우 글자 선명도가 떨어지며 오히려 복고(레트로) 느낌을 한층 강조하게 됐습니다(웃음). 레트로 느낌을 한층 살린 포장재 덕분인지 SNS 이디야 꿀호떡 인증샷 게시글에는 포장지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많더라구요."

▷추로스 포장지는 유독 놀이공원을 떠올리게 하는 포장지인 것 같습니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놀이공원이나 유원지 느낌을 강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다 보니 '버려지는 부분이 적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FSC 인증을 받은 종이로 포장지를 만들게 됐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우승연 이디야 상품기획팀 베이커리 매니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우승연 이디야 상품기획팀 베이커리 매니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기본적으로 이디야는 음료전문점입니다. 두 메뉴와 함께 마실 만한 음료를 추천해주신다면요.

"제일 잘 어울리는 음료는 아무래도 아메리카노입니다. 따끈하고 달콤한 베이커리를 한 입 먹은 뒤 쌉쌀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입안의 단맛을 헹궈내는 효과가 있어 커피와 디저트의 풍미를 모두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일부 소비자들은 휘핑크림이 올라가는 음료를 시킨 뒤 베이커리를 휘핑크림에 찍어 먹기도 합니다. 저도 시도해봤는데 휘핑크림의 달콤함이 더해져 일상 중 당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 이러한 방식으로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베이커리 메뉴 선택지가 다양해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좋지만, 가맹점주들은 힘들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디야커피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무엇보다 중요시 생각합니다. 신제품 제조 시에도 가맹점 인력 필요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조공정을 최소화한 제품을 출시합니다. 꿀호떡이나 추로스도 복잡한 과정 없이 오븐으로 조리할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앞으로 디저트나 베이커리 메뉴를 더 늘려갈 계획인가요.

"이디야커피의 베이커리 카테고리 매출 성장세는 최근 3년 연평균 약 15%에 달합니다. 작년에도 전년(2020년) 대비 약 20% 성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디야커피는 커피와 잘 어울리는 다양한 베이커리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이 이디야 매장을 방문했을 때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