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임차료 감면과 채무 조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피해를 본 만큼 고정비용인 임차료와 불가피하게 불어난 빚이 이들의 재기를 막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현금성 지원책이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의 임차료 지원 공약은 크게 ‘임대료 나눔제’와 ‘반값 임대료’로 나뉜다. 임대료 나눔제는 임차인이 부담할 임차료를 임대인·임차인·국가가 3분의 1씩 나눠 분담하는 제도다. 정부는 임대료의 3분의 1을 재정으로 임차인 대신 부담하고, 임대인도 생계형 임대인이 아니라면 임차인의 부담을 삭감해줘야 한다. 임대료 삭감에 따른 임대인의 손실은 정부가 코로나19 종식 이후 세액공제 등의 방식으로 모두 보전해줄 계획이다.

반값 임대료 공약은 영세 자영업자의 임차료와 부가가치세, 전기·수도요금 등 공과금 부담을 50% 감면해주는 공약이다. 정부가 우선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해주고, 대출금이 임차료 등을 내는 데 쓰인 사실이 확인되면 정부가 대출금의 절반을 대신 변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나머지 절반의 대출금은 3년 거치 후 5년간 저리로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윤 당선인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 탕감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소액채무는 원금 감면 폭을 현재 최대 70%에서 90%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 연대보증으로 발생한 채무 부담을 최대 70% 탕감하는 채무 조정을 2013년 시행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수준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자영업자의 부실채무를 정부가 일괄 매입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2조원 규모로 조성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채권매입사업 규모를 5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부실이 전면적으로 발생하면 외환위기 당시 운영하던 부실채권정리기금과 비슷한 기금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장열 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채무를 무조건 탕감해주는 방식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우려가 크다”며 “정부 방역조치로 인해 증가한 채무에만 원금 감면율을 확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