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기업을 PICK한 이유 [VC VIEW]
유명한 태블릿PC 제조사의 광고가 떠오릅니다. 한 어린아이가 동네 식당, 길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그리고 집의 앞마당에서 태블릿으로 하루를 보내는 광고였습니다. 광고 말미에 아이의 이웃분께서 “너 그 컴퓨터 가지고 뭐 하니?” 하고 묻자, 아이가 “컴퓨터가 뭐예요?” 하고 대답하는 그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컴퓨터보다 태블릿을 먼저 경험한 세대가 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태블릿PC는 이동 중 재밌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구매하는 ‘제3의 스크린’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분들은 조금 생각이 다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교과서 대신 태블릿 안의 이북(E-Book)에 필기하고, 종이 대신 전자 문제지 위에 숙제를 하는가 하면, 방과 후에는 태블릿을 통해 과외 선생님과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올해부터 서울시 교육청이 중학교 신입생 7만명, 교직원 1만7000명에게 태블릿PC를 보급하기 위해 6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하니, 태블릿PC가 학생들 사이에선 ‘필수템’이 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트컴퍼니의 신동환 대표가 아니었다면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아마 지금까지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누트컴퍼니는 태블릿PC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디지털 문구를 거래하는 글로벌 플랫폼 ‘위버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
신동환 누트컴퍼니 대표
저는 신동환 대표를 작년 6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의 멘토링 세션인 ‘오피스아워’를 진행하면서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던 때라 비대면으로 회사소개와 멘토링을 진행했는데, 원격임에도 불구하고 근래 가장 인상적인 회사소개였습니다.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이 시장에 대한 분석, 고객들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업의 본질을 완벽히 파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시장엔 산업 리포트도, 참고문헌도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럴 때 스타트업은 직접 데이터를 모으고 인사이트를 최전선에서 찾아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현장의 데이터가 자신의 가설과 다르다면 과감히 '피보트'해야 합니다.

성공적으로 성장한 스타트업들도 창업 초기엔 수도 없이 많은 피보트를 합니다. 누트컴퍼니는 이미 수차례의 피보트를 통해 체계적인 가설 검증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스케일 업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어냈고, 초기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동환 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당시 화학 수업 중 학우들이 육각형 패턴이 그려진 종이 위에 화학식을 그리며 수업을 듣는 모습을 봤는데요. 이 모습을 보고 '노트를 단체 제작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화학 공부노트 ‘헥사누트’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전공별 노트 제작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겠다는 데 착안해 오랜 친구, 그리고 첫 노트 디자이너를 공동창업자로 세워 2018년 누트컴퍼니를 출범했습니다.

코딩 노트, 패션디자인 노트, 영상 기획 노트 등 다양한 버전의 노트를 속속 출시하다 보니, 태블릿PC를 사용하는 학생들로부터 디지털 속지를 판매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신동환 대표는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해 주력사업을 전공 공부용 노트 제작에서 디지털 속지, 스티커, 텍스처 등의 ‘디지털 문구’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으로 과감한 피보트를 단행했습니다.
우리가 이 기업을 PICK한 이유 [VC VIEW]
이후 누트컴퍼니는 플랫폼을 키우기 위한 발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콜드콜과 메일을 통해 작가 100명을 확보했고, 플랫폼에 고객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핵심 상품들을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6월 충성 고객이 충분히 모이자 300명의 작가와 5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1대1 미팅을 진행해 '위버딩'의 성장 방향성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고안해낸 수십 개의 전략을 검증할 테스트를 기획, 시행하는 성실함을 보여줬습니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성실하게 플랫폼을 확장한 누트컴퍼니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고, 신속하게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또 지난해 9월엔 저희 캡스톤파트너스를 운영사로 팁스(TIPS) R&D 과제 수행기업에 선정됐습니다. 월간 이용자(MAU), 거래액, 입점 작가, 상품 등에서 폭발적인 증가로 각 분야에서 전년 동월 대비 10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고, 현재 성과를 바탕으로 신규 투자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누트컴퍼니는 한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미 미국 시장 진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하고 현지 마케팅 전략도 수립 중입니다.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동시에, 디지털 콘텐츠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간파해 타 플랫폼들이 상장 시점에서 고려하는 해외 진출을 시리즈A 투자 전부터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펜과 노트가 없으면 공부할 수 없었듯, 태블릿PC 없이는 공부할 수 없다는 학생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때 태블릿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자산을 사고파는 ‘위버딩’ 플랫폼의 인기와 영향력은 상당할 것입니다.

누트컴퍼니와 신동환 대표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크나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누트컴퍼니의 앞으로 행보가 많은 후배 스타트업들에게 창업과 운영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큰 기대가 됩니다.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