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 들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러시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자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 금융회사들이 회사채 투자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회사채 금리까지 껑충…기업, 자금조달 비용 눈덩이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지난달 28일 올 들어 처음으로 0.60%포인트(3년물 기준)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용스프레드란 회사채 금리에서 국고채 금리를 뺀 값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신용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것은 회사채 투자를 꺼리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국고채 대비 회사채 가격이 더 떨어졌다는 의미다.

국내 신용스프레드는 유동성이 넘치던 작년 초 0.21%포인트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빠르게 확대돼왔다. 2월 한 달 동안에는 0.07%포인트 벌어졌다.

회사채 시장 참여자들은 최근 신용스프레드 확대의 배경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목하고 있다. 러시아 은행 신용등급 강등 등의 여파가 유럽 은행과 국내외 기업으로 확산할까봐 불안감을 느끼는 경제 주체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 주체 간 불신이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국고채 금리가 더 오르든 주춤하든 간에 신용스프레드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그래도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로 이자비용 수준이 8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신용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기업들의 실질 차입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채권평가사들에 따르면 AA 회사채 평균 금리는 지난달 21일 연 2.92%(3년물)까지 상승했다. 2014년 7월 후 최고 수준이다. 사상 최저였던 작년 1월의 연 1.24%와 비교하면 2.4배 정도다. 조만간 AA급 우량 회사채 금리도 연 5%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7일 2500억원 규모 AA- 등급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인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발행금리를 희망범위(4.4~4.9%) 최상단인 연 4.9%로 확정했다. 2012년 발행한 후순위채(연 5.8%) 후 가장 높은 비용이다.

신용평가사들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기업 자금조달 환경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실물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와 그 파급효과를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