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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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수백만명의 국민에게 현금을 직접 쥐어주거나 혜택이 큰 금융상품을 가입토록 하는 등 ‘막바지 돈 풀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가가 큰 폭으로 뛰고 공급망 위기가 가중되는 등 우리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정치 논리가 경제를 잡아먹는 모습이다.

최근 1~2주 새 선심성 정책의 혜택을 본 인원은 전체 인구의 10%인 500만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선 소상공인 332만명이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이틀만인 23일 지급이 시작돼 지난 28일까지 308만명이 지원금을 받아갔다. 대선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9조원의 돈이 풀렸다.

코로나19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지급 일정을 서둘러 대선과 연계되지 않도록 했어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200만명은 정부의 ‘청년희망적금’에 몰려들었다. 청년희망적금은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되고 저축장려금 36만원을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월 50만원씩 2년 납입하면 연 9.31%의 이자를 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역시 대선을 20일 앞둔 지난 21일부터 신청을 받았다. 25일까지 신청자는 190만명이 넘었다. 관심이 모이자 정부는 사업 예산을 갑자기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456억원을 예산으로 잡았다. 약 38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규모다. 그런데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첫 2주간 신청자의 가입을 모두 허용하라는 지시였다. 약 200만명이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하게 되면 필요한 재정은 당초 예산의 다섯 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마음을 사기 위한 정책에 정부 예산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0조원에 이르는 소상공인 대출을 연기하겠다는 결정도 28일 부랴부랴 발표했다. 6개월간 만기를 연장하고 상환을 유예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대선 전으로 발표 일정을 맞춘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구체적인 방안은 3월 중순에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류세 연장 조치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4월30일 만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확대하거나 연장하는 내용이 발표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유류세 인하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선 직전에 서둘러 발표하는 것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선심성 정책이 대선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더욱 무시무시한 포퓰리즘으로 가득차 있다. 방역지원금을 1000만원으로 높이거나, 피해를 100% 보상해야한다거나, 탈모 등을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재원 마련 고민 없이 난무하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나랏 빚이 얼마나 더 불어날지 우려된다.

강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