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탐방노트 - 현대건설
현대건설 서울 계동 본사 전경.(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서울 계동 본사 전경.(사진=현대건설)
건설사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22년 연초부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로 건설업이 때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 형사처벌을 가능케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1월 27일)을 앞둔 지난 1월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신축 현장이 붕괴해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관리 부실 등 HDC현대산업개발 개별 기업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국내 건설 현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역시 주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건설업종 전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영업정지에 건설업 면허 말소까지 거론되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받았다.

스마트 건설 기술로 안전사고 예방


스마트 건설 기술로 안전사고 예방


협력사 안전평가 비중 40%로 상향

건설업 대장 기업으로서 현대건설의 안전 대응은 곧 타 건설사의 참고 지표가 된다. 때문에 현대건설은 안전 경영에 남다른 책임감을 가져왔다.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을 통해 안전지원실을 안전관리본부로 격상하고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신규 선임했다. 안전관리본부에서는월별 안전보건 실적 점검 및 분기별 안전보건 정책회의를 실시한다. 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안전직 직원의 100% 정규화 전환을 추진한다. 건설 현장 특성상 협력사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이를 위해 협력사 안전평가 비중을 과거 5%에서 40%으로 대폭 확대하고, 안전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비전 2030 전략’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생산 방식 혁신으로 에너지 전환 시장을 선점하며 신성장엔진을 확보, ‘토탈 솔루션 크리에이터(total solution creator)’로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디지털 방식과 관련해 특히 현대건설은 스마트 건설 분야에서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 회사는 스마트 건설 혁신을 통한 생산성과 안정성 향상, 무인 현장 관리 UAV(무인항공드론) 등 다양한 스마트 건설 기술을 확보해 건설 현장에 적용하며 안전사고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또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공장 안전 서비스 특화 무인 로봇을 개발하는 등 그룹 차원의 선제적 투자와 함께 연계 시너지가 기대된다. 최근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 이후 스마트 건설 기술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집행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 분야에서 이미 기술적으로 앞서 있어 관련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건설 기술로 안전사고 예방


현대스틸산업과 손잡고 해상풍력 진출

현대건설은 환경에너지경영 로드맵으로 ‘2050 글로벌 그린 원 파이오니어(Global Green One Pioneer)’를 발표, 사업 수행 전과정에 대한 환경에너지경영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연계해 세부 이행 계획을 수행하고 있다. 자회사 현대스틸산업과 해상풍력 사업에 적극 진출해 개발-시공(제조)-운영 전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토대로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소규모 원전(SMR/MMR), 폐기물 에너지화(WtE, Waste To Energy),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 투자해 2023년 내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대건설의 ESG 등급 이력은 화려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준 ESG 통합 평가에서 2021년 4년 연속 A등급을 획득했으며, 한국표준협회 주관 ‘2021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도 종합건설업 부문 1위에 선정됐다. 특히 2021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 12년 연속 DJSI 월드지수에 편입되는 동시에 ‘건설·엔지니어링 부문’ 전 세계 1위에 2년 연속 선정되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DJSI 월드지수는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2500대 기업 중 ESG 경영 수준 상위 10%에게만 주어지는 지표로 의미가 크다. 지난 2021년 평가 당시 전 세계 건설사 중 3개 기업만 월드지수에 편입됐다.

스마트 건설 기술로 안전사고 예방


ESG 경영은 더 이상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기업 생존과 직결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식이 높아질수록 요구되는 기준 또한 상향되고 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건설 업종은 특히 안전사고와 관련한 각종 사건·사고로 이슈의 핵심에 놓여 있어 올해도 여러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단기간 내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경영진의 진정성 있는 자세와 실질적 대응 방안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현대건설은 건설 업종의 대표 기업으로서 그동안 ESG 경영의 참고 지표를 제공하며 선도적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현대엔지니어링 자회사 상장과 관련한 소액주주 보호 측면의 거버넌스 이슈 등 개선해야 할 사항도 있다.

2022년은 특히 현대건설의 ESG 경영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ESG 경영에 대한 기준을 바로잡고 기초를 다지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실질적 대응을 통해 비재무적·재무적 부문에도 성과가 이어지는 실증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ESG 최고등급 기업으로서 현대건설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