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 EV.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볼트 EV. 사진=신현아 기자
상품성은 강화됐지만 가격은 2021년식 모델보다 700만원 떨어진 신형 쉐보레 전기차 볼트 EV를 타봤다.

2017년 국내 처음 출시된 볼트 EV는 400km대 장거리 전기차 시대를 연 차량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유일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신형 볼트 EV는 부분변경 모델로 반자율주행 기능 적용 내외관 변화를 거쳐 돌아왔다. 쉐보레 측은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신차급 변화가 이뤄졌다"며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고자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쉐보레 볼트 EV.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볼트 EV. 사진=신현아 기자
지난 23일 볼트 EV를 타고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경기 용인 에버랜드까지 왕복 70km를 달렸다. 고속도로 주행 비율이 높았으며 일부 와인딩 구간도 거쳤다. 경로 특성상 막힘은 없었다.

볼트 EV는 '프리미엄' 단일 모델로 출시된다. 가격 4180만원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100% 지급받는다. 청주시(1400만원), 대전시(1200만원)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구매하면 2000만원 후반대에 살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서라운드 카메라 등 일부 안전·주행보조 옵션을 추가하면 3000만원 초반대로 가격이 뛰지만 여전히 타 전기차보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볼트 EV는 전기 모터의 즉각성, 매끄러운 주행 질감 등 전기차의 장점이 도드라진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재빠르게 치고 나간다. 하단에 깔린 배터리로 인한 낮은 무게중심 덕에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가속 상황에서는 거침없이 속도를 높인다. 볼트 EV는 150킬로와트(kW)급 모터를 탑재해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36.7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모터 영향으로 주행할 때 체감하는 출력과 토크는 수치보다 훨씬 세게 느껴진다. 살짝 단단한 승차감과 함께 주행의 재미를 높이는 요소다.
쉐보레 볼트 EV.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볼트 EV. 사진=신현아 기자
다만 고속 주행에서는 살짝 불안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스티어링 휠 감도가 가볍게 세팅된 탓이다. 가볍기 때문에 조향 반응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을 위해선 살짝 묵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방감을 위해 키워놓은 창문 때문인지 풍절음이 잘 들리는 점도 거슬리는 부분이다. 브레이크는 다소 둔한 편이라 원하는 제동력이 발휘되려면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세게 밟아야 한다.

기본으로 설정된 회생제동 단계는 그리 센 편은 아니다. 전기차 특유의 감속되는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물론 회생제동 단계는 조절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 달린 '리젠 패들'을 활용하면 된다.

주행 효율성을 높이는 '원페달 모드'도 따로 있다. 원페달 모드는 가속페달만으로 감속 조절, 정차까지 가능하도록 한 기능이다. 실행을 위해선 기어 시프트 쪽에 마련된 버튼을 누르면 된다.

원페달 모드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과 동시에 속도가 급감하는 현상은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적응되면 브레이크 밟는 빈도수가 확실히 줄어 편리함이 극대화된다. 시승 이후 내연기관차인 자가용을 타고 돌아가는데 원페달 모드가 그리워질 정도였다.
쉐보레 볼트 EV.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볼트 EV. 사진=신현아 기자
이번 신형부터 새롭게 도입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원만하게 작동됐다. 이 밖에도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제동 시스템 등 모두 14가지 안전·주행보조 기능이 적용됐다.

무선 충전 기능과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도 무선으로 지원한다. 살짝 아쉬운 건 끼어드는 차량에 대한 대응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로 '중앙 유지' 가능과 '오토 홀드' 기능이 없는 점도 아쉬웠다.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상온 기준 414km이다. 저온 기준은 273km로 상온 주행거리와 차이가 크다. 겨울철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인 히트펌프가 장착되지 않은 영향이다.

실제 약 70km 주행한 결과 주행거리는 기존 294km에서 206m로 줄어 있었다. 영하 7~8도 안팎의 추운 날 시승해 열선 시트와 히터(23도로 설정)를 주행 내내 켰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고 생각된다. 원페달 모드 사용 비중을 더 늘렸다면 훨씬 감소 폭이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쉐보레 관계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도 주행 결과 오히려 주행거리가 남는 차"라고 설명했다.

공인 전비는 복합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5.4km다. 볼트 EV에는 66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실내 공간은 차 크기에 비하면 마냥 좁진 않다. 다만 2열은 키 큰 성인 남성에겐 살짝 비좁을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 용량은 405L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 부족하지는 않은 수준이다.

볼트 EV는 올해 2분기부터 고객에게 인도된다. 지난해 출시 직전 터진 리콜 이슈로 곤욕을 치렀지만 합리적인 엔트리급 전기차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