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린 '컨설팅 빅3'…승자독식 굳어진다
맥킨지·베인·BCG, 역대급 호황
L.E.K·올리버와이먼, 한국 철수
AT커니는 잇단 인재 이탈 '고심'
韓 떠나는 ‘세컨티어’ 컨설팅사

L.E.K컨설팅은 2014년 한국에 진출해 최근까지 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사업 전략을 자문해왔다. 앞서 지난해 금융회사 자문에 특화한 미국계 컨설팅사 올리버와이먼도 한국에서 사업을 접었다.
이와 함께 20여 년 된 국내 중견 컨설팅사인 탠저블플러스(T플러스)는 최근 EY한영에 합류했으며, 한때 ‘빅3’의 뒤를 바짝 쫓던 AT커니도 잇따른 인력 이탈에 고심 중이다. 최근 내부 직원의 처우를 올려주는 등 직원 잡기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맥킨지·베인·BCG 등 소위 ‘MBB’로 통칭되는 최상위급 컨설팅회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기업들이 굵직한 인수합병(M&A)과 합작사(JV) 설립을 검토하거나 단행하면서 이를 자문하는 업무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유통그룹 및 금융사의 디지털전환과 관련한 자문도 쏟아지고 있다. 해당 글로벌 컨설팅사의 파트너는 “컨설턴트 생활을 시작한 이후 이런 호황은 처음”이라며 “고객들도 두세 달 전엔 의뢰해야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양극화 악순환 이어져
이 같은 양극화는 컨설팅사를 찾는 국내 기업의 위기감에서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은 굵직한 전략 수립 업무를 최상위 컨설팅사와 논의하고 비용 절감, 공급망관리(SCM) 등의 오퍼레이션 업무는 비용이 저렴한 로컬 업체에 맡겨 왔다.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공존이 가능한 구조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컨설팅 업무 간 장벽이 사라지고 프로젝트가 대형화·고도화되면서 승자독식이 시작됐다. 높은 자문료를 감수하더라도 최상위 서비스를 요구하는 기조가 정착된 것이다.
한 대형 글로벌 컨설팅사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타격을 입은 기업은 물론이고 예기치 않게 승기를 잡은 기업도 이를 이어가기 위해 컨설팅사를 찾고 있다”며 “이들은 비용을 고민하기보다 확실하고 유용한 전략과 조언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수요에 맞춰 대형 컨설팅사는 M&A 등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등 대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마케팅 컨설팅업체인 포워드와 오퍼레이션 분야 컨설팅을 전문으로하는 아크블루 등을 잇따라 인수한 베인이 대표적이다.
일감이 양극화되자 대형·중견 컨설팅사 간 인력풀과 네트워크 등 역량이 더 벌어지고, 이는 또 수주에 영향을 미치면서 양극화가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로 접어들고 있다. ‘MBB’ 내 전략컨설턴트도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벤처캐피털(VC), PEF 등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잦고, 이로 인해 상위 업체는 중견 컨설팅사 등에서 인력을 끌어오고 있다.
중견 컨설팅사는 차별화·대형화 등을 통해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PwC는 지난해 컨설팅 조직 내에서 전략 부문을 ‘스트래티지앤드코리아’로 분리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EY도 T플러스 인수로 대형화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일부 컨설팅사는 아예 특정 고객사에 직원을 장기간 체류시켜 업무를 전담시키며 일감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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