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탄소배출 지수를 활용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 사업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시작한다. 단순 신용카드사를 넘어 빅데이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 차원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로 ESG 컨설팅 사업한다
신한카드는 23일 자사의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비자와 함께 만든 ‘신한 그린인덱스’를 개발해 하반기부터 ESG 컨설팅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신한 그린인덱스는 소비자가 산 물건의 탄소배출 정도를 지수화한 것이다. 가령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지출한 1000원당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는지, 운송 수단을 이용했다면 ㎞당 탄소 배출량은 얼마인지 등을 산출한다.

신한카드는 이렇게 확보한 개인별 혹은 업종·품목별 신한 그린인덱스를 ESG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나 기관, 지방자치단체에 판매할 계획이다. 친환경 소비를 하는 고객에게 할인 등의 마케팅을 펼치려는 기업이라면 신한카드의 이 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경영 전략을 짜거나 기관이 연구를 수행할 때 신한카드의 친환경 소비 트렌드 변화 데이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전기 오토바이로 교체를 고민 중인 배달업체, ESG 관련 우대금리를 운영 중인 금융사 등이라면 신한 그린인덱스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영업 방식이나 공급망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ESG 컨설팅도 수행한다는 게 신한카드의 구상이다.

문동권 신한카드 부사장은 “ESG 컨설팅 사업 진출을 위해 적용 데이터, 업종 선별, 알고리즘 설계 등 전반에 대해 외부기관의 검증을 거쳐 신뢰도를 높였다”며 “국내 기업의 ESG 경영 확산에 신한 그린인덱스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제휴사와 공동으로 친환경 가맹점을 고객에게 추천하는 등의 마케팅을 펼치거나 리워드를 주고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친환경 생태계 구축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회원에게 개인별 탄소배출 현황을 알려주는 ‘그린 리포트’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시장 점유율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는 2850만 명 고객의 월평균 3억5000만 건 거래 데이터와 270만 개 가맹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단순히 신용 판매와 대출 등 전통 수익원에 안주하지 않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공들이고 있다. 신한카드가 현재까지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등 33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데이터 판매 및 컨설팅 프로젝트는 총 550건에 달한다.

작년 10월엔 SK텔레콤 및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국내 최초 민간데이터 댐인 ‘그랜데이터’를 만들었다. 또 카드 결제와 통신, 신용 등 이종 데이터를 결합해 판매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사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주관하는 ‘데이터플래그십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