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전성시대
제너럴모터스(GM)의 상용차 브랜드 GMC는 1900년 출범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맥스 형제와 모리스 그라보스키가 설립한 ‘그라보스키모터컴퍼니’가 시작이었다. 1902년 이 회사는 미시간주 폰티악으로 본사를 옮기며 사명을 ‘래피드모터스’로 바꿔 소형 트럭을 제조했다.

마차를 제조해 큰돈을 벌고 GM을 설립한 윌리엄 듀란트는 래피드모터스를 눈여겨봤다. 듀란트는 마차에서 자동차로 산업이 전환될 것으로 예견하고 1904년 경영난에 빠진 뷰익을 인수했다. 1908년엔 승용차를 제조하던 올즈모빌, 상용차 회사 릴라이언스모터스를 인수했다. 1909년 래피드모터스까지 사들여 릴라이언스와 래피드를 합병한 뒤 GM트럭을 출범시켰다. 상용차 종류가 다양해지며 1912년 GMC로 사명을 바꿨다.

GMC는 전쟁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GMC는 트럭 ‘모델16’을 군에 공급했다. 병력을 수송하기 위한 1t 트럭도 제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엔 60만 대 트럭을 연합군에 납품했다. 이를 통해 상용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GMC는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복구를 위한 목재 수송용 트럭을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GM은 1925년 택시 및 버스 회사를 인수해 GMC 사업 부문을 트럭에서 상용차 전체로 확대했다. 1970년대 이후 버스 경쟁이 치열해지자 1987년 버스 시장에서 철수했다. 1996년 GMC의 트럭 사업과 폰티악 브랜드를 합쳐 판매 네트워크를 집중시켰다. 2002년엔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픽업트럭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특화 브랜드가 되기로 목표를 세웠다. GM의 쉐보레가 대중성을 지향한 SUV와 픽업트럭을 생산한다면 GMC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차별화했다.

미국에서 GMC의 픽업트럭 입지는 탄탄하다. 한국GM은 국내에 GMC 씨에라 픽업트럭을 들여오기로 했다. 국내 최초로 수입되는 대형 미국 픽업트럭이다. 일각에서는 차량 크기가 너무 커서 한국의 협소한 주차장이나 도로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국산 SUV가 대형화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큰 크기’는 단점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GM이 쉐보레 실버라도를 브랜드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으로 내세운 만큼 GMC 차량도 전기차로 변화할 수 있다. 두 브랜드는 모양만 다소 다를 뿐 같은 차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GM이 픽업트럭을 들여오는 이유는 현재 판매 중인 쉐보레 콜로라도가 인기여서다. 콜로라도는 2019년 8월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1만 대를 판매했다. 캠핑, 아웃도어 레저 열풍 덕이다. 이로 인해 수입업자들이 미국 대형 픽업트럭과 SUV 판매를 늘려가자 한국GM은 씨에라를 정식으로 수입하기로 했다. 픽업트럭 분야에서 미국 브랜드의 경쟁력이 높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씨에라는 콜로라도보다 크기가 더 크다.

픽업트럭 전성시대
이로 인해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선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쉐보레 콜로라도에 이어 플래그십 입지를 노리는 씨에라 등으로 선택지가 더 넓어졌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