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서울 강남중앙지점 창구가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진우 기자
국민은행 서울 강남중앙지점 창구가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진우 기자
은행들이 모두 문을 닫은 16일 오후 6시5분 서울 강남역 인근 국민은행 강남중앙지점. 이곳은 대기 인원만 10명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저녁 7시까지 문을 여는 ‘애프터뱅크’ 지점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씨(32)는 “평일에는 점심시간 때를 맞춰 은행에 가기 어렵다 보니 며칠 미루다가 우연히 늦게까지 근무하는 지점이 있다는 걸 알고 퇴근길에 들렀다”며 “바쁜 직장인을 위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원준 씨(21)는 “어렵게 원룸 전세를 구해 계약서를 쓰고 각종 신고를 마치자 오후 3시40분이 됐다”며 “다른 은행에서 비대면으로 대출조회를 해보니 20일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걱정이 컸는데 콜센터를 통해 알게 된 이곳에서 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국민은행 앱(스타뱅킹)에서 미리 방문 일자와 시간, 상담직원을 지정하면 대기 없이 상담받을 수 있는 것도 고객들에게 호평받는 이유다.

한승우 강남중앙지점 팀장은 “업무를 일찍 마치고 퇴근한 직장인,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세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의 반응이 뜨겁다”며 “멀게는 인천에서 일부러 이곳을 찾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14일부터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9To6’ 지점을 72곳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34개)과 경기·인천(19개), 세종·청주·광주·전주 등(19개)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9To6 지점의 ‘오전반’ 직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오후반’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창구에서 근무한다.

국민은행은 2017년부터 전국 20개 지점에서 저녁 7시까지 영업하는 ‘9To7’ 근무제를 도입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중단했다. 대신 강남중앙지점과 우면동지점, 경기 동탄산업단지점 등 3개 지점만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여는 ‘애프터뱅크’를 도입했다. 애프터뱅크는 9To6 지점과 별도로 다음달 이후에도 현행 그대로 운영할 예정이다. 오후 3시30분 이후에도 창구를 운영하는 은행 점포는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은행 지점은 코로나 이후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오전과 오후에 30분씩 단축했다.

은행권의 비대면 금융 확산과 점포 축소 추세에서 영업 시간 연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은행 거래가 늘고 있지만, 자산관리나 대출 상담 업무는 여전히 대면 채널을 통한 수요가 많다”며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9To6 지점을 늘리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5월 국민은행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오후 4시 이후 9To7 지점을 방문한 고객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to7 지점 운영에 대한 만족도는 88.9%, 5점 척도로 4.61점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대형 시중은행만 제공할 수 있는 대면 채널의 경쟁력으로 차별점을 두자는 게 국민은행의 전략이다. 9To6 지점제가 도입되는 서초동종합금융센터 등 일부 점포는 카페나 PB센터, 세무사 등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다. 천무중 서초동 지역본부장은 “지역 점포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해 특화된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