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의 합작사인 여천NCC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청약도 받지 못했다. 지난 11일 전남 여수 석유화학 공장 폭발사고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파장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14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원어치도 팔지 못했다. 최근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자 연기금 등 투자기관들이 등을 돌렸다.

여천NCC는 악재가 발생한 후에도 투자자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등 회사채 발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요예측에 나섰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이에 따라 발행 주관사인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인수자로 나선 한화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가 회사채를 떠안게 됐다.

투자자가 일제히 여천NCC를 외면한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투자 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안전은 ESG 평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명 사고를 낸 기업이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재무적인 타격을 받을 우려도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시장에서 상위권 점유율을 기록 중이고, 재무적으로도 신용 ‘A+’ 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작년 초 회사채 발행 땐 1500억원 규모를 모집한 결과 4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