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계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커머스 방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허가사업인 홈쇼핑을 허용하는 것은 기존 사업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TV홈쇼핑협회와 T커머스협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최종 반대 의견을 밝혔다. 개정안은 SO, 케이블TV가 각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제품 판매 방송을 하루 3시간, 3회 이내 방영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채널 간 방송을 교차해 송출하는 재송신도 총 방송시간의 30% 이하로 허용해주기로 했다. 개정안대로면 LG헬로비전이 서울 양천구에서 방영하는 상품 방송을 대구 등 지역 방송에서 동시에 내보낼 수 있게 돼 사실상의 홈쇼핑 사업자가 된다는 것이다.

케이블TV업계는 라이브 방송 허용에 대해 반색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인터넷TV(IPTV) 확산으로 인한 위기 속에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5년 주기의 재승인에 사활을 걸어온 홈쇼핑업계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 법개정이라는 반응이다. 홈쇼핑업계는 재심사 때마다 공익사업 등 수십 개 항목에 대한 심사를 받고 있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재승인은 경영진을 비롯해 온 회사가 만사를 제쳐두고 매달리는 사안”이라며 “SO도 과기정통부 허가를 받는다지만 승인과 허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소연했다. TV홈쇼핑협회는 “개정안은 방송법상 인허가 체계를 형해화하며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홈쇼핑업계는 허가사업의 특성상 IPTV와 SO 등에 매년 매출의 절반을 송출수수료로 내고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이런 구조로 인해 CJ온스타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약 14% 줄었다.

개정안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케이블TV는 판매방송 경력이 없기 때문에 과장 허위 방송 시 자칫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홈쇼핑업계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O의 판매방송 시간과 횟수를 제한한 만큼 홈쇼핑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홈쇼핑 재승인 간격을 7년으로 늘리는 등 사업자별 규제 완화 내용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