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리스트' 관리하겠다는 정부
정부가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핵심 산업에 종사하는 민간 엔지니어들의 명단(리스트)을 작성해 관리하고, 출입국 정보까지 열람하기로 했다. 우수 인재의 해외 이직과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지만 지나친 민간인 감시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업계도 사실상 기업 비밀을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 첨단 전략산업으로 분류된 산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의 출국 정보 등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철강, 로봇, 바이오 등 12개 업종, 69개 기술 분야 엔지니어가 대상이다. 한국인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엔지니어도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국가 첨단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포함시켰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더해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세웠다. 산업부의 핵심 인력 유출 방지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 이직 제한이 필요한 핵심 인력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직 및 출입국 상황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정부의 기술 보호 전략도 기술 유출이 빈번히 일어나는 산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 중 79%가 전기·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정보통신,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 및 1차 협력 기업이 속해 있는 분야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1급 기술 인력이 정부의 우선 관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계에선 산업 기밀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을 단속하기보단 외국 정부와 기업의 인력 빼가기를 감시하고 차단하기 위한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엔지니어들을 모니터링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관련 정보 제공을 기업에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