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 인수 이끈 신동빈의 '도쿄 담판'
작년 12월 일본 도쿄 모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오카다 모토야 이온그룹 회장과 점심을 겸해 만났다. 일본롯데의 총수이기도 한 신 회장은 이온을 비롯해 일본의 재계 주요 인사를 잇따라 만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환담의 주요 주제였다고 한다. 오카다 회장과의 회동만큼은 ‘담판’ 성격이 강했다. 이온그룹의 계열사인 한국미니스톱을 롯데에 매각하기로 한 게 사실상 이날 결정됐다.

미니스톱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최근 2~3년간 유통업계의 주요 관심사였다. GS25와 CU에 이어 누가 편의점 ‘빅3’에 들어갈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로 평가됐다.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을 매물로 내놓는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빠르게 달려들었다. 이에 비해 롯데 측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입찰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에도 롯데 쪽에선 실사팀조차 꾸리지 않았다.

급반전이 이뤄진 건 올초 신 회장이 귀국하면서부터다. 신 회장은 지난달 14일 VCM(사장단 회의)에서 과감한 혁신을 주문하며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주일 뒤인 21일 롯데지주는 한국미니스톱을 3134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매각자문사인 삼일PwC조차 롯데지주가 인수전에 참여했는지 막판까지 몰랐다”며 “이번 거래는 롯데와 이온그룹의 담판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편의점에 대한 남다른 소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생활 플랫폼으로서 편의점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만 해도 편의점은 1인 가구용 신선식품과 간병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지역의 소비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편의점 매출이 이마트 등 대형마트 매출을 앞선 것으로 집계되면서 시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미니스톱이 롯데의 품에 안기면서 이마트24는 당분간 4위에서 탈출하기 힘들 전망이다. ‘담배권’ 등으로 편의점 출점이 제한돼 있어서다. 유통업계에선 롯데와 신세계의 편의점에 대한 전략 차이가 이번 인수전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만 해도 쓱닷컴, G마켓 등 e커머스와 이마트의 결합에 최우선 방점을 찍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로선 미니스톱 점주들을 설득해 간판을 이마트24로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편의점 간판 갈이 전쟁이 올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