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최대 7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 암호화폐거래소의 시세판 모습.   한경DB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최대 7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한 암호화폐거래소의 시세판 모습. 한경DB
120개 '김치코인'(국내서 발행된 암호화폐) 일부의 부당거래가 의심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정 거래소에 거래량이 쏠려있거나 하루 거래량이 시가총액을 웃도는 코인 일부에 시세조종 의혹이 짙은 만큼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1일 열린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가상자산시장의 특징과 현황' 논문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2021년 9월 코인거래소 등의 가입자는 1257만명에 달하고 하루 평균 코인 거래액은 20조원에 달한다"며 "전세계 하루 거래량 가운데 한국 거래량은 10~15%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작년 7월 말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 국내 4대 코인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은 347개이고 이 가운데 35%가 국내 발행 코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테라(Terra) 클레이튼(Klaytn) 아이콘(ICON)를 제외한 김치코인 120개 상당수의 거래가 특정 거래소에 쏠려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8월 22일 기준으로 메디블록(99.5%) 엠블(99.6%) 센티넬프로토콜(99.2%) 디카르고(98.8%) 메타디움(97.4%) 보라(96%) 밀크(93.6%) 등의 거래량의 90% 이상이 업비트에서 이뤄졌다.

이처럼 특정 거래소에 거래량이 몰리는 김치코인일수록 부당거래 의혹이 짙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되면 일물일가의 법칙과 차익거래 영향에 시세 조종이 쉽지 않다"며 "반면 단일 거래소에서 거래도가 집중될 경우 자전거래(이해관계자가 코인을 사고팔아 시세를 조작하는 것)와 시세 조종이 쉽다"고 말했다.

일부 국산 코인의 거래량이 과도하게 많은 것도 부당거래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박 교수는 "비트코인은 하루 거래량이 시가총액의 3~4%에 불과하다"며 "반면 하루 거래량이 시가총액을 웃도는 코인은 불공정거래가 의심된다"고 평가했다. 2021년 7월 기준으로 플레이댑은 거래량이 시가총액의 15배에 달했고, 특정거래소 거래 비중은 99.7%, 코박은 거래량이 14.3배에 달했고, 특정거래소 거래 비중은 99.85%에 달했다. 헌트는 6.8배이며 거래 비중은 95.9%를 기록했다. 토카막네트워크는 2.5배이며 비중은 100%였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는 관련법이 없어 정부가 이 같은 데이터를 업체들에 요구할 권리도 없다"며 "불공정거래 연구와 함께 투자자 보호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플레이댑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플레이댑의 경우 불공정거래는 없다"며 "가상자산거래의 특징(주식 시장대비 24시간 거래, 상하한가 없음, 단타 많음)을 고려할 때 시총 대비 거래량만으로 불공정거래가 의심된다고 하는 것은 자의적인 기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플레이댑은 글로벌 1,2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상장된 유일한 한국 팀의 프로젝트"라며 "시가총액도 글로벌 100위 권에 있는 만큼 국내 일부 거래소에서만 거래된 코인들과 같은 맥락으로 언급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