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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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을 비롯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경고음이 커지면서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의 민간·정부 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50%를 웃돌 만큼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부채 20% 부실 우려"

10일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열린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불어나는 정부·민간부채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우려는 한결 같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와 통화·금융 부문의 정책과제' 논문에서 "한국의 정부·민간부채(매크로 레버리지) 수준은 최근 GDP 대비 254%로 뜀박질했다"며 "가계·기업 부채가 부채 임계치 수준을 넘어선 데다 정부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부채 비율이 임계치를 수준을 넘어서면 이자비용 부담에 가계·기업이 소비·투자를 옥죄게 된다.

부채의 부실화 우려도 깊었다. 함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민간부채의 20%가량이 잠재적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국가채무비율도 2018년 35.9%, 2019년 37.6%, 2020년 43.8%, 2021년 47.3% 등으로 치솟고 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도 편성되는 만큼 50%를 돌파할 전망이다.

함 교수는 "정부의 씀씀이 확대로 재정적자 구조가 굳어지는 것에 유의할 때"라며 "정부 부채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채와 함께 공기업부채·연기금·보증채무 등을 묶어 관리하는 포괄적 국가부채 관리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나빠지는 재정, 은행에 직격탄"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나빠지면 은행이 줄줄이 도산하는 등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날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재정건전성이 금융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연쇄적으로 금융안정이 흔들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통상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수록 국채 값은 하락한다. 덩달아 국채의 최대 투자자인 은행의 자산 건전성도 악화하면서 부도 위기가 올라간다고 봤다. 황 연구위원은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 상승하면 은행채 CDS 프리미엄이 약 0.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국채와 은행채 CDS 프리미엄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국과 은행의 부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황 연구위원은 "2020년 은행 총자산 가운데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육박한다"며 "은행은 국채의 주요 투자자인 만큼 재정건전성 약화로 받을 타격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고령화 여파 등으로 재정건전성과 금융건전성도 갈수록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의 외국인 인력 정책이 비숙련 근로자 도입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종석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서 발표한 '외국인 인력 활용의 거시경제 효과 분석' 논문을 통해 "전체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대졸 이상 비중은 3%에 불과하다"며 "고졸 이하의 비숙련 인력은 '1인당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외국인 인력이 국내에 얼마나 장기적으로 거주하는지에 따라서도 외국인 유입 정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단기 체류 노동자의 경우 국내에 거의 저축을 하지 않고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자국으로 송금하는 반면 영주권을 갖는 외국인은 해외 송금이 적고 국내 저축이 많기 때문에 자본 축적 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익환/정의진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