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 빚어진 ‘유동성 파티’ 국면에서 금융회사들과 가계의 명암이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2019년 대비 18~38%까지 불어났다. 반면 가계는 2년간 빚이 20%가량 늘었다. ‘빚더미’에 눌려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자·비이자이익 함께 는 ‘꽃놀이 2년’

코로나 2년 '유동성 파티' 즐긴 은행…자산 20%·이익 30% 늘었다
신한금융은 2021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7% 늘어난 4조193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발표했다.

사상 최대이자 첫 4조원대 진입이다. “자산 성장과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이자이익 증가, 신용카드·증권·캐피털 등 비은행 부문의 실적 성장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우리금융도 지난해 2조58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98% 급증했다.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을 대폭 쌓은 2020년의 기저효과에 한층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은 지난해 전년 대비 27% 증가한 4조409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희망퇴직 및 대손충당금 추가전입액 등 5260억원의 추가 비용에도 ‘순이익 4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KB금융의 순이익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에 비해 33%나 증가했다. 신한과 우리금융도 이 기간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18%, 38%에 달한다. 코로나19 저금리 국면에서 개인들이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에 나서면서 이자수입(은행)과 수수료 수입(증권, 보험) 등이 동반 상승하며 전례없는 호황 국면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덩치는 급격히 불어났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월 말 원화 대출잔액은 1365조832억원으로 2년 전(1145조3327억원)에 비해 19.2% 증가했다. 이 기간 총 수신잔액은 1788조5520억원으로 2년 전 1523조3104억원에 비해 17.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빚 늘고 대출 금리는 고공 행진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사에 역대급 호황을 안겨준 것과 달리 개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한 경제주체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월 말 기준 707조6895억원으로 2년 만에 15.7%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변동금리인 신용대출 잔액은 137조421억원으로 2년 전 대비 24.9% 불었고, 서민대출인 전세대출은 129조5152억원으로 52.3% 폭증했다.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2년 전에 비해 각각 25.4%, 2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상승세도 향후 경제주체의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들이 취급한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연 3.61%로, 2019년 11월 연 2.96%에 비해 0.65%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가계의 이자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자산시장 불안이 확산되는데도 경제주체들은 ‘현금 확보’를 제대로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말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66조7769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단 3.0% 불어났고, 적금 잔액은 34조5492억원으로 2년여간 오히려 11.8%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행한 총 12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경제 전반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 대형은행 임원은 “은행을 비롯해 2금융권, 대부업체조차 2년간 큰돈을 벌었다곤 해도 금리 인상 이후 부실자산 처리에 상당액이 투입될 것”이라며 “특히 ‘정상여신’으로 분류돼 있지만, 부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자영업자, 그중에서도 다중채무자가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