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서울의 한 매장 입구에 재난지원금 사용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월 서울의 한 매장 입구에 재난지원금 사용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계에 대한 이전지출을 늘릴수록 장기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확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이전지출은 실업급여, 보조금과 같이 대가 없이 국민에 지급하는 돈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업급여 확대 정책, 재난지원금 지급이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을 늘릴지라도 향후 양극화 심화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종하 조선대 무역학과 교수, 김영준 트윈텍리서치 전임연구원, 황진영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8일 '가계 이전지출과 장기적 소득 불평등 개선 간의 관계'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논문은 이달 10~11일 열리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논문 저자들은 2008~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가계경상이전지출 비율이 5분위배율과 10분위분배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5분위배율은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커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분위분배율은 저자들이 만든 개념으로,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4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조사 결과 특정 분기의 가계 이전지출이 GDP 대비 0.4% 증가하면 5분위배율은 매년 평균 0.5%포인트, 10분위분배율은 0.092%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가계 이전지출의 증가가 저소득층의 임시소득을 늘려 당장 필요한 소비에는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장기적인 불평등 개선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논문 '가계이전지출과 장기적 소득불평등 개선 간의 관계' 발췌.
논문 '가계이전지출과 장기적 소득불평등 개선 간의 관계' 발췌.
저자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이전지출 증가가 저소득층 가계의 복지 의존성을 높여 저소득층의 장기적인 소득 창출 기회를 제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전지출의 증가가 조세의 왜곡으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인구구조와 산업구조의 변동을 야기한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저자들은 "소득 불평등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표적화된 이전지출(targeted transfer payments)'은 소득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되는 선행 연구결과가 있다"며 "가계 이전지출이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경기 대응 성격의 일회성이거나 무작위적인 이전지출을 지양하고 예측 가능하며 표적화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