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열 RFHIC 회장이 질화갈륨 트랜지스터와 전력증폭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조삼열 RFHIC 회장이 질화갈륨 트랜지스터와 전력증폭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이동통신 기지국에는 신호를 크게 증폭하는 기능의 반도체 소자 트랜지스터가 탑재된다. 이 트랜지스터의 소재는 2007년까진 실리콘이 대세였고 제조업체도 일본 등 외국계 기업이 전부였다. 그러나 2019년 상용화되기 시작한 5세대(5G) 기지국에선 질화갈륨으로 만든 트랜지스터 점유율이 전체의 50%를 넘어서는 등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경기 안양에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RFHIC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를 양산하는 기업이다. 1999년 이 회사를 창업한 조삼열 회장은 “2008년 국내 기지국에 처음 적용되기 시작한 지 10여 년 만에 질화갈륨 트랜지스터가 한국은 물론 글로벌 기지국의 대세가 됐다”며 “올해부터 기존 기지국, 방산에 이어 수소·의료 등 신사업 개척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질화갈륨 트랜지스터 시장 개척

조 회장은 연세대 전자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통신 분야 중소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통신 부품용 핵심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게 안타까워 국산화를 목표로 RFHIC를 창업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0년 터울의 동생 조덕수 사장이 경영을, 엔지니어인 자신은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창업 초기엔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수입해 전력증폭기를 제조했다. 그러나 거듭된 R&D 끝에 5년 만에 질화갈륨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전자, SK텔레콤과 협업을 통해 2008년 기지국용 질화갈륨 트랜지스터 양산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한국이 기지국용 질화갈륨 트랜지스터의 효시고 그 중심에 RFHIC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지국용으로는 트랜지스터만 만들어 삼성전자 등에 공급하지만 방산용으로는 트랜지스터를 포함한 전력증폭기 일체를 제조한다. 전력증폭기는 내로라하는 전 세계 50여 개 방산기업과 거래한다. 군함과 항공기용 레이더가 주요 전방 시장이다.

‘초고주파 생성기’ 신사업 본격화

RFHIC, 초고주파 앞세워 수소시장 개척
방산용 교체 수요와 함께 4G에서 5G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지난해 RFHIC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작년 매출은 101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2020년 실적은 매출 704억원, 영업손실 29억원이었다.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거래처이던 중국 화웨이가 제재받은 영향이 컸다. 조 회장은 “1년 만에 흑자전환한 것은 탄탄한 고객 포트폴리오 및 질화갈륨 트랜지스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는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신사업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질화갈륨 트랜지스터를 활용한 ‘초고주파 생성기’(마이크로웨이브 제너레이터)를 식품 대기업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가열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초고주파 생성기는 수명이 10만 시간으로 길고 기존 가열 방식 대비 생산성이 네 배로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 회장은 “균일하게 또는 대상물을 선별해 선택적으로 가열할 수 있다”며 “식품은 물론 수소와 의료 등 새로운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안양=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