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글로벌 식량가격지수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라간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해 역시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클 것으로 예상돼 가격 안정세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2년 1월 식량가격지수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엔식량농업기구(이하 FAO) 조사 결과 2022년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134.1포인트) 대비 1.1% 상승한 135.7포인트를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을 조사해, 5개 품목(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의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발표한다. 지난달에는 설탕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가격지수가 상승했으며, 유지류와 유제품 지수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22년 1월 곡물 가격지수는 2021년 12월(140.5포인트)보다 0.1% 상승한 140.6포인트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2.5% 높은 수치인데, 우선 옥수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반구에서 계속된 가뭄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쌀은 주요 공급국의 저조한 수확량과 아시아 국가들의 꾸준한 구매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밀은 계절상 호주와 아르헨티나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유지류는 전월(178.5포인트)보다 4.2% 상승한 185.9포인트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3.8% 급등했다. 팜유는 세계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수출량 축소 전망에 대한 우려와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상승했다. 대두유 역시 인도 등에서 수입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올랐다. 유채씨유 및 해바라기씨유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는데, 각각 공급 부족 및 수입 수요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육류의 경우 전월(112.3포인트)보다 0.3% 상승한 112.6포인트로 조사됐다. 2021년 1월 대비 17.3% 상승한 수준이다. 쇠고기는 브라질과 오세아니아의 도축량 부족에 따라 수출 공급량 대비 수입 수요가 초과하여 가격을 이끌었다. 돼지고기는 중국의 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부족과 투입 비용 증가로 인한 공급 둔화로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반면 양고기와 가금육은 코로나19 관련 생산·운송 지연에 더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주요 가금육 생산국의 공급 저조에도 가격이 하락했다. 세계 수출 공급량이 수입 수요를 상회함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유제품은 전월(129.0포인트)에서 2.4% 상승한 132.1포인트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18.7% 상승했다. 서유럽 주요국의 공급 재고가 줄어든 데 따른 수출 감소 우려가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향후 수개월간 오세아니아 지역의 생산량 저조 전망, 그리고 코로나19 관련 노동력 부족에 따른 가공·운송 지연 등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설탕은 전월(116.4포인트)에서 3.1% 하락한 112.8포인트로 집계됐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9.7% 높은 수준이다. 주요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의 낙관적인 생산 전망에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순조로운 수확, 브라질 내 강우량 개선 및 에탄올 가격 하락 등도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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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년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793.4백만 톤으로 2020/21년도 대비 0.8%(22.0백만 톤) 증가할 것으로 FAO는 전망했다. 같은 기간 소비량은 2,805.1백만 톤으로 1.6%(43.0백만 톤)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기말 재고량 824.3백만 톤(전년비 0.2% 감소)이 있긴 하지만 생산이 소비를 따라잡지 못해 가격 하락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밀·옥수수·대두 등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인상) 위기와 직결된다. 크리스천 보그먼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밀·옥수수 생산국인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충돌이 발생하거나 이상 기후 현상이 심해질 경우 국제 식료품 가격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승완기자 psw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