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월 수출 증가율 20%·수입 증가율 30% 가정땐 5월까지 적자"
"쌍둥이 적자 현실화 여지도" vs "수출 증가세 양호해 적자 일시적"
"에너지발 무역적자 당분간 가능성…원화 약세도 유지"
14년 만에 두 달 연속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가 좀 더 지속할 가능성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달 48억9천만 달러 적자로 지난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11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수출이 500억 달러를 넘어 역대 1월 중 최대에 달했으나, 전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에 공급망 불안으로 수입이 30% 넘게 늘어난 것이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꼽혔다.

"에너지발 무역적자 당분간 가능성…원화 약세도 유지"
일부 전문가는 무역수지 적자가 올해 상반기에 이어지면서 경상과 재정 수지의 동반 적자를 의미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지난달 159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90억6천만 달러나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역수지 적자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높다"며 단순 시나리오로 2월부터 6월까지 수출 증가율 20%, 수입 증가율 30%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오는 5월까지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추정했다.

만약 수출 증가율은 15%, 수입 증가율은 25%가 이어진다고 보면 무역수지 적자는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박 연구원은 "경상수지는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쌍둥이 적자를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지속하면 쌍둥이 적자가 국내에서 처음 현실화할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올해 정부 전망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6%(통합재정수지기준)를 벗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추가경정예산 확대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상반기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약 이행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이 불가피할 수 있어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정부 예상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산하면 유가 급등 장기화와 수출 둔화 등으로 이어져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돼 국내 금융시장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긴축과 우크라이나 사태, 원자재가격 등 우려 요인 개선 여부가 쌍둥이 적자 위험 완화와 증시 반등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발 무역적자 당분간 가능성…원화 약세도 유지"
다른 한편에선 현재 상황이 금융위기 때와 다르고 수출이 양호한 증가세를 보여 무역수지는 일시적으로 적자를 보이다가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신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당시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과 수입이 동반 급감하는 가운데 유가 급등이 겹쳐 무역수지가 그해 6∼9월 적자를 지속했다.

수출은 장기간 감소세를 이어가며 둔화 국면을 보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계절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무역수지 적자가 과거만큼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에너지 가격이 하반기까지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무역수지는 1∼2개월 적자를 지속한 후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올해 미국과 중국(G2) 경기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국내 수출 경기의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공 연구원은 "만약 지정학적 위험 확대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하반기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 수출 경기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무역적자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원화 약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연초 이후 1,200원을 웃도는 것은 작년 12월 이후 무역적자 상황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교역조건지수는 원/달러 환율에 6개월 정도 선행해 동일한 궤적을 보이는데, 여전히 원화 약세를 지지하는 방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유로화 순매수가 확대되는 것은 달러 가치의 지속적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이는 원화 약세 기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