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수소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총평이다. 일찌감치 수소차에 공을 들여온 현대자동차, 국내 수소 연료전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두산퓨얼셀 등이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청정수소 생산과 저장·운송 분야는 글로벌 톱클래스 기업과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수소산업 전문가 15인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수소 밸류체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추천을 받아 전문가들을 선정했다. 이들은 “향후 10년간 수소산업이 다섯 배(응답자 답변의 평균값)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소를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국 수소산업의 경쟁력을 묻는 항목엔 ‘비교적 높음’(66.7%)이란 답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수소 밸류체인별로 편차가 컸다. 각 분야 1위 국가의 경쟁력을 100으로 봤을 때 ‘수소차’ 분야 경쟁력은 만점인 100으로 조사됐다. 연료전지도 85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저장운송은 65.9, 청정수소는 51.7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청정수소 생산의 핵심인 수전해와 CCS(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수소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다. 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상당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 수소’다.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 ‘그린 수소’와 그레이 수소에 CCS 기술을 적용한 ‘블루 수소’만 청정수소로 분류하고 있다.
수소 밸류체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6명), 독일 린데(3명), 두산퓨얼셀(2명) 등이 꼽혔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 1위 기업으로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4.4%(SNE 리서치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 도요타의 분전으로 점유율이 51.2%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린데는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로 액화 수소 제조와 관련한 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수소를 원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의 선두주자 중 하나다. 그 밖에 SK그룹이 지분투자를 단행한 수소 지게차 업체 미국 플러그파워 등이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거론됐다.
향후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하는 요소를 묻는 항목엔 ‘경제성 확보’(80.0%)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수소의 공급가격을 내리고 수소 관련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개발(R&D) 확대 및 인력 양성’(13.3%), ‘규제 개혁’(6.7%) 등도 과제로 꼽혔다.
2019년 1월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뒤 지난해 말까지 3년간 생산된 수소승용차는 1만9270대다. 중간 점검을 위해 설정한 올해 목표치 6만5000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올해까지 2000대를 제조하겠다고 장담했던 수소버스는 129대만 운영 중이다. 목표의 6.5%에 불과하다. 3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야심 차게 계획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수소차와 수소충전기 보급률 등 주요 성과 지표가 올해 달성하기로 한 목표의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소충전기는 올해까지 310기 설치한다는 목표지만 126기에 그치고 있다.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보급률도 목표의 50% 선에 멈춰 있다.수소경제가 거북이걸음을 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수소법으로 불리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 개정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고, 관련 인프라 설치 속도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정부의 목표 달성이 늦어지면서 수소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날 기준 전국 수소충전소의 평균 가격은 정부 목표인 ㎏당 6000원보다 40%가량 비싼 8440원 선이다. 업계에서는 ㎏당 4000원 선까지 떨어져야 수소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은 지난해 수소 생산과 유통, 저장 등의 분야에 2030년까지 43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수소 로드맵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늑장 대응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를 잡기는커녕 규모의 경제 확보에 실패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수소연료전지는 외국산에 시장을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 로드맵의 일정표와 달성률의 차이가 상당하다”며 “로드맵과 성과의 격차가 왜 벌어졌는지에 대한 중간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그린수소 상업 활용, 아직도 실증 사업만주민 반대도 걸림돌수소경제의 근간이 될 친환경 수소 생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그레이 수소’다. 수소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로 보기 어렵다. 정부가 설정한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그린 수소’ 활용이 시작돼야 한다. 제주도, 동해 등에서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상업적으로 활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전문가들은 수소경제 로드맵을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수정하고 인프라 확산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레이 수소에 탄소포집 기술을 덧붙여 생산하는 ‘블루 수소’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과 병행해야 하는 그린 수소 중심의 정책 구상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린 수소와 블루 수소는 기술적으로 미비한 데다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송재형 전국경제인연합회 ESG 팀장은 “향후 3~5년은 그레이 수소를 중심으로 산업을 키우고 기술과 경제성이 확보된 뒤 친환경 수소로 전선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수소 인프라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일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너지 시설이 거주지 인근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님비현상’이 수소경제 속도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한경ESG] ESG 핫 종목 - 두산퓨얼셀두산퓨얼셀은 2019년 10월 1일 두산으로부터 인적 분할한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생산업체다. 두산이 2014년 원천기술을 갖고 있던 미국 연료전지 업체 클리어엣지파워(CEP)를 인수하면서 시작한 사업부다. 2019년 10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주가는 지난 12월 1일까지 8배나 올랐다. 시가총액은 3조원대다. 다른 주요 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를 맞아 환경 관련 신사업에 속속 진출하는 것과 달리 두산퓨얼셀은 태생 자체가 친환경 사업이다. 구산업에 목맬 필요도, 기업가치가 할인될 이유도 없다. 두산퓨얼셀이 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인정받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아직까지 먼 미래의 이야기 같은 수소경제의 가장 가까운 수혜주로 두산퓨얼셀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수소경제의 핵심 밸류체인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수소 발전 기술이다. 두산퓨얼셀은 이 중에서도 액체 인산을 전해질로 이용하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에 특화돼있다. 연료전지 중 가장 상용화된 기술이다. 높은 안정성이 강점이다. 여기에 전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추가적으로 활용, 에너지 복합 효율이 80~90%에 달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발전용 연료전지로 PAFC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아직까지 주요 고객사는 국내 공공 및 민간 발전사업자다. 연료전지 누적 시장점유율은 국내 1위다. 지난해 매출은 4618억원, 영업이익은 260억원이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이 2502억원, 영업이익이 90억원으로 다소 부진했다. 지난해 정부가 준비 중이던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의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수주에 어려움을 겪은 여파다. 2022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의 내년도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046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600억원대가 예상된다. 2023년에는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넓어지는 연료전지 무대 연료전지 시장은 그동안 발전사 수주에 의존하는 시장이었다. 수소경제의 도래로 연료전지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연료전지 기술은 수소의 생산과 저장, 유통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필요하다. 생산 분야에서는 수전해 시설에 연료전지가 쓰인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벤트는 수소충전소 확대다. 두산퓨얼셀이 가진 최대 강점 기술이 수소충전소에 특화돼 있다. PAFC에 적용되는 화석연료 개질 시스템을 활용한 수소 추출 모델인 '트라이젠(TRI-GEN)' 기술이다. 이 기술은 연료전지 발전 과정에서 수소를 별도로 추출할 수 있다. 수소가 남으면, PAFC 발전을 통해 전력으로 변환도 가능하다.SK증권은 트라이젠 모델이 한국의 인프라 여건을 감안하면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한 가장 현실적 수소 생산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2022년 중 이 모델을 상업화하겠다는 것이 두산퓨얼셀의 청사진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에너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주유소 네트워크에 트라이젠 설비를 이용한 수소충전소를 건설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튜브트레일러 방식 대비 30~40% 수소 공급 단가를 낮출 수 있어 관련 사업자들의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장도 개화할 전망이다.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이다. 두산퓨얼셀은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이 2025년 60MW 수준에서 2030년까지 600MW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선박 연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두산퓨얼셀은 천연가스 기반의 연료전지 추진체로 시장에 진입한 후, 시장변화에 따라 수소연료전지로 사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다만 2025년부터 개화하는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퓨얼셀은 SOFC 상용화를 위해 2023년까지 기술개발과 50MW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5년 본격 상업화에 대비한 시간표다. 급격히 커지는 스마트팜 시장에서도 수소연료전지가 쓰일 수 있다. 수소를 연료전지에 투입하면 전기, 열, 물을 얻을 수 있어 척박한 환경에서도 농업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내년도 주가 재평가 근거는 올해는 주가가 부진했다. 11월까지 13% 넘게 빠졌다. 급등했던 지난해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내년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 재평가 요소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우선 2022년에는 CHPS가 도입될 전망이다. CHPS는 발전사업자가 일정 비율 이상의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도록 규제하는 RPS제도에서 연료전지를 따로 빼내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기존 RPS에 CHPS가 더해짐으로써 발전사업자들은 연료전지를 통한 에너지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풍력, 태양열 등과 연료전지를 분리해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HPS를 도입하면서 발전사들의 발주 재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상당수 발전사와 사전 논의를 끝낸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주가 차원에서는 단기 예상 호재와 장기 성장성을 두루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두산퓨얼셀이 주가 부진에도 불구하고 목표 주가 6만7000원대를 꾸준히 지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두산퓨얼셀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연초만 해도 100배를 넘기다 주가 조정으로 떨어진 것이 90배 정도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연료전지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따져볼 때 현 PER은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룸에너지 등 글로벌업체들이 한국에 대규모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를 건설하면서 한국은 전 세계 수소연료전지의 중추가 될 것”이라며 “블룸에너지 등과 비교할 때 두산퓨얼셀은 오히려 상대적 저평가 상태다”라고 말했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
증권가에서 효성첨단소재의 목표주가가 100만원으로 제시됐다.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타이어보강재) 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 사업인 탄소섬유의 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7일 효성첨단소재는 7.51% 오른 7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효성첨단소재 주가는 지난 9월 24일 사상 최고가(86만원)를 경신한 이후 지난달 말까지 30.47% 하락했다. 이달 들어 19.73%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키움증권은 효성첨단소재 목표주가를 기존 95만원에서 100만원으로 5.3% 상향 조정했다. 효성첨단소재 목표주가로 100만원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9만7000원이다.키움증권은 효성첨단소재의 내년 영업이익을 5267억원으로 추정했다. 에프앤가이드에서 집계한 기존 영업이익 컨센서스(4858억원)를 8.4% 웃도는 수준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타이어코드는 공급 증가가 제한된 가운데 신차 타이어 수요 증가로 빡빡한 수급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올 하반기 증설한 아라미드 물량 증가 효과도 내년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내년 7월에는 2500t 규모의 탄소섬유 증설분도 본격 가동할 전망이다. 탄소섬유는 수소 저장용기 등 수소경제 인프라의 핵심 소재다. 철보다 강도가 10배 높지만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9개 기업만이 양산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현재 4000t에서 2024년 1만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사업 매출은 올해 600억~700억원 수준에서 내년 1239억원, 2023년 1534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효성첨단소재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9.1배 수준”이라며 “탄소섬유 매출 규모가 비슷한 중국의 탄소섬유 업체들은 PER 53~8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