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으로 물들다…베리페리 룩, look
2월은 겨울의 끝자락이다. 곧 동장군이 위세를 풀면,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이다. 코로나19도 벌써 2년째다. 모두가 일상의 회복을 꿈꾼다. 희망은 그들이 먹고, 입고, 돈을 쓰는 모든 것으로 표출된다. 대표적인 게 패션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 등 패션 기업들에 올해 봄·여름(SS) 패션 트렌드를 들어봤다. 상반기 패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편안함’이다. 야외활동을 염두에 둔 가볍고 편한 소재들이 각광받고, 각 잡힌 멋으로 입던 남성 슈트에도 캐주얼함이 가미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복고 트렌드 중에서도 자유를 상징했던 세기말 패션 ‘Y2K’는 2022년 버전으로 돌아왔다. 색상은 세계적인 색채연구소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 ‘베리페리(Very Peri)’를 비롯해 화사한 파스텔 톤과 자연을 담은 뉴트럴 톤이 대세다.

코로나 시대…스타일도 소재도 편하게 입는다

보랏빛으로 물들다…베리페리 룩, look
슈트를 비롯한 남성복에는 편안함이 강조됐다. 코로나19 이후 부상한 비대면 트렌드로 격식을 차리는 정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몸에 딱 붙는 재킷보다는 오버사이즈 재킷이나 셔츠와 구분되지 않는 셔츠 스타일의 아우터 등이 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는 복숭아뼈가 드러나는 짧은 기장의 ‘쇼트 팬츠’를 포함한 ‘쇼트 슈트’를 새롭게 제안했다. 루이비통 맨즈, 디올 옴므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나 밑단을 조여주는 조거 팬츠 등이 등장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22년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는 ‘포멀’도 캐주얼함이 더해진 형태로 드러난다”며 “전통적인 재킷보다는 느슨하고 편안한 느낌의 슈트가 주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봄은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계절인 만큼 소재도 활동하기 편해야 각광받는다. 올봄 패션에는 부드러운 면 소재와 물 흐르듯 가볍게 떨어지는 실크, 시원하면서도 까슬한 촉감의 리넨 등 자연주의적인 소재가 주로 쓰일 전망이다. 겨울에 주로 사용되던 울, 캐시미어 등 니트 소재와 스웨이드 소재가 봄·여름 패션에 등장하는 등 계절을 따지지 않는 ‘시즌리스’ 트렌드도 보인다는 것이 패션업계 설명이다.

Y2K 패션, 상의도 하의도 길이가 더 과감해졌다

보랏빛으로 물들다…베리페리 룩, look
미니멀리즘이 특징인 Y2K 패션은 2022년에 더 과감해졌다. 상의든 하의든 길이가 한층 짧아졌다. 배꼽을 넘어 횡격막이 드러날 정도로 짧아진 크롭톱은 안에 받쳐 입는 이너부터 티셔츠, 재킷까지 확장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지컷은 크롭 집업 카디건과 크롭 티셔츠, 크롭 니트 카디건 등을 내놨다.

비율이 좋아 보이던 ‘하이웨스트’ 대신 허리를 드러내고 하의를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 라이즈’도 다시 유행이 됐다. 셀린느, 미우미우, 블루마린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선보인 2022 SS 패션쇼에서도 로우 라이즈 트렌드가 돋보인다. 하의도 미니스커트 등 길이가 짧다.

크롭톱과 로우 라이즈는 몸의 실루엣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쉽게 소화할 수 없지만 자유로움이 극대화되는 패션이기도 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봄은 1999~2000년 앨범 속으로 들어간 듯 그 시절 유행 아이템들이 대거 돌아왔다”면서 “과거 X세대가 즐겨 입던 패션이 젊은 층에겐 촌스러움보다는 힙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 ‘베리페리’ 룩…멋이란 게 폭발한다

연보라색인 베리페리는 팬톤이 창조한 새로운 색상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조합해 만들었으며 제비꽃 색으로 불린다. 봄에 어울리는 색상으로 여성복 부문에서는 베리 페리 색상의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한섬은 여성복 브랜드 ‘타임’을 통해 파스텔톤과 노랑, 분홍, 하늘색 등 밝은 색상을 제안했다. 남성복 브랜드 ‘타임 옴므’에서는 옅은 민트와 라벤더를 포인트 색상으로 잡고 베이지, 토프(회갈색), 초록 등 포인트 색상과 조화를 이루는 뉴트럴 색을 주로 사용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자체 패션 브랜드 ‘코텔로’는 라벤더와 노랑, 크림 등 화사한 색상을 카디건과 니트 스커트 등 따뜻한 느낌의 의류에 적용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델라라나, 스튜디오 톰보이, 보브 등도 베리페리 색상의 니트와 셔츠, 트위드 스커트 등을 내놨다. LF가 국내에 들여오는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오피신제네랄’, 미국 럭셔리 컨템포러리 브랜드 ‘빈스’ 등도 베리페리 색상 원피스 등을 출시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