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해외본부…토스 성공방정식 심겠다"
“내년 말이면 토스 사용자 규모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훨씬 더 커질 겁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넘어 ‘한국 기업이 맞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의 지위에 도달하겠다는 게 토스의 목표입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대표(사진)는 “지구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우리의 진지한 꿈”이라고 했다. 출범 7년 만에 가입자 2100만 명, 활성 사용자 1240만 명을 확보해 국내 금융 앱 1위에 오른 토스의 성공 방정식을 해외 시장에서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토스는 이르면 올해 1분기에 싱가포르에 글로벌 헤드쿼터를 설립한다. 일본에 관계사 라인을 둔 네이버파이낸셜을 제외하면 국내 유력 핀테크나 빅테크 가운데 해외 거점을 설치한 곳은 이제까지 없었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해외 법인을 직접 관리하고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주력 타깃은 동남아시아와 일본 시장이다. 토스는 2년 전 진출한 베트남에서 300만 명 넘는 활성 사용자를 확보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에서도 영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할 자신이 있다”며 “토스 같은 ‘슈퍼 앱’으로 내년 말에는 해외 사용자가 최소 10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진출 2년 만에 흑자달성
카드·대출 아우른 '슈퍼앱' 통했다

토스가 해외 진출을 준비한 것은 2018년이다. 출범 후 3년 만에 국내 핀테크 기업 최초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에 올랐을 때다.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매출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지만 이승건 대표의 목표는 이미 글로벌 시장을 향해 있었다. 토스는 이듬해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고 영업을 개시했다. 핀테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현지 회사를 인수하거나 합작법인을 만드는 대신 ‘맨땅에 헤딩’하듯 독자 진출을 택한 것도 흔치 않은 선택이었다. 이제까지 없던 ‘금융 슈퍼앱’을 현지에서도 만들자는 목표 때문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을 느끼는 점)를 해소해주는 제품이 있으면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가 없어도 이길 수 있는 게 모바일 시대”라며 “베트남의 300만 사용자가 이미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만보기형 리워드 서비스로 시작한 토스베트남은 비은행 최초 선불카드, 보험·대출 비교 서비스 등을 추가하며 금융 슈퍼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현지 베트남국제은행(VIB)과 제휴해 신용카드와 소액단기대출 서비스도 출시했다. 금융의 핵심인 신용·대출 영역에 진입한 것이다. 전자지갑·결제(페이) 서비스 위주인 현지 앱들과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그 증거로 “베트남에서는 이미 흑자를 보는 서비스들이 있다”고 했다.

토스는 지난해 말 리워드 서비스를 개시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인도에서도 두 달여 만에 활성 사용자 1만 명을 확보했다. 싱가포르에 글로벌 헤드쿼터가 들어서면 동남아시아·일본 시장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서현우 전략 헤드는 “지금까지는 자체 성장에 주력해왔지만 앞으로는 해외 투자·인수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국내에서의 토스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외국에서 돈 벌어오는 글로벌 기업, ‘산업 역군’에 대한 애정이 다들 있지 않냐”는 이유에서다. 국내 스타트업 역사상 최단기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진입을 눈앞에 두고도 이 대표는 “기업가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돈 때문이라면 제가 매주 100시간씩 일하진 않을 겁니다. 우리는 결국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에요. 토스 덕분에 소비자의 금융 경험이 이전처럼 후퇴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기업가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