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연 한전KPS 사장 "수소·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토 넓힌다"
“발전소 운영·정비(O&M)업계의 가장 큰 자산은 ‘신뢰’입니다. 코로나19는 한전KPS의 신뢰를 높이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죠.”

김홍연 한전KPS 사장(사진)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발전소들이 멈춰서는 상황에서 한전KPS는 기술력과 완벽 정비 노하우를 토대로 발전소 운영 중단을 막는 등 대외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이 언급한 사례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화력발전소다. 암바토비 화력발전소는 세계 3대 니켈광산인 암바토비광산이 니켈을 제련할 때 필요로 하는 전력을 공급한다. 전력설비 정비 전문 공기업인 한전KPS는 2017년부터 암바토비 화력발전소의 O&M을 담당해왔다.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2020년 4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암바토비광산 운영 중지 명령을 내렸다. 광산에서 일하던 노동자 대부분이 본국 고향으로 귀국했지만 한전KPS는 끝까지 발전소에 남아 발전설비를 가동했다. 니켈 제련장비 특성상 전력 공급을 멈추면 설비가 고장 나 추후 광산을 다시 가동할 때 발주처와 한전KP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전KPS의 꾸준한 전력 공급 노력으로 약 1년 뒤인 작년 3월 암바토비광산은 신속하게 재가동될 수 있었다.

▷단순히 전력만 유지한 게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전력 공급을 유지하며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전KPS는 기존 계약에는 없는 내용의 정비 서비스까지 발주처에 제공했습니다. 발주처가 니켈광산을 재가동하기 위해선 광산의 고압전동기, 고압배관, 보일러 등 필수 생산설비의 정비가 필요했는데 외국인 기술자가 마다가스카르로 입국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죠. 이때 한전KPS가 나섰습니다. 핵심 분해점검을 수행했고, 결과적으로 필수 생산설비의 정비와 수리뿐만 아니라 자재 공급에 이르기까지 유지보수 전반을 책임지게 됐죠.”

▷사업이 더 확장된 셈이네요.

“그렇습니다. 코로나19라는 위기에서 신뢰를 쌓으니 ‘업(業)의 확장’이라는 결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 O&M사업 계약도 2023년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작년에 계약 종료를 2년 앞두고 2027년까지 4년 더 사업 기간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기간 종료를 앞두고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죠. 덕분에 O&M사업의 계약 규모는 기존 366억원에서 654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타지에서 장기간 격리되며 고생한 직원들의 헌신과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계약이었습니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이룬 다른 성과도 있습니까.

“포스코 기력발전소 등 국내 노후 발전소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합리화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코로나19로 기자재 조달이 어려운 가운데 비대면 공장 검수 등 신개념 사업 추진 방식으로 이룬 성과였죠. ‘업의 확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습니다. 기존에 집중해온 화력발전소 O&M사업뿐만 아니라 수소,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3년 연속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됐고, 한국표준협회 주최 2021년 한국품질만족지수 명예의 전당 헌액 등의 성과를 이뤘습니다.”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일입니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습니다. 한전KPS는 작년에 처음 도입된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 평가에서 사실상 최고 등급인 2등급을 받았고, 안전혁신대상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작년까지 3년 연속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기도 했죠. 올해도 철저한 안전관리를 통해 4년 연속 ‘중대재해 제로(0)’를 달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전KPS만의 안전강화 대책이 있나요.

“한전KPS는 지난해 안전을 담당하는 재난안전실을 재난안전처로 격상했습니다. 또 사업 분야별로 안전관리 책임자를 지정하는 등 안전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1984년 창사 이후 모든 사고 사례를 분석하고,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강화했습니다. 작업별로 안전관리 등급을 분류해 관리하고, 현장 근로자에게도 한 페이지로 요약된 안전 교안을 제공했죠. 교안은 QR코드 입력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도 에너지업계가 당면한 주요 과제입니다.

“한전KPS의 경영 슬로건이 ‘그린에너지와 함께, 사랑받는 지속성장 기업’입니다.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설정한 슬로건이죠.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우면서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변화하고 경제 불확실성은 커졌습니다. 한전KPS도 더 이상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공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설 것입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수소,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적극 확장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기존 발전설비의 성능 강화 사업을 육성하고, 석탄화력 발전소보다 상대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에 대한 정비 역량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석탄화력 발전소가 LNG 발전소로 전환하기 위해선 터빈 등 내부 장비를 바꿔야 하는데, 이때 바뀐 터빈을 정상적으로 운영, 정비할 역량이 필요합니다. 한전KPS가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죠. 또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전 해체사업 시장도 선점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사업모델을 개발해 O&M사업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신기술 연구개발(R&D)에도 적극 투자할 예정입니다.”

▷ESG 경영 실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지난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했습니다. 또 조직 개편을 통해 상생혁신본부를 만들어 그 산하에 ESG혁신처를 뒀습니다. 실질적인 행동으로는 동반성장을 위해 그동안 협력업체에 제공해온 각종 교육과 인증 취득, 이자 지원, 이익공유제 등 지원을 더 확대할 예정입니다. 취약계층을 돕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더 폭넓게 펼치려 합니다. ESG 경영체계를 더 공고히 해서 일자리 창출, 지역상생, 윤리경영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할 겁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