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정리 마침표 찍은 LX…'홀로서기' 남은 과제는?
지난해 12월 LX그룹은 LG그룹 품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설 수 있는 법적 요건을 갖췄다. ㈜LG 지분을 정리하고 독립 경영의 기반을 갖췄는데,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분리 승인 △안정적인 경영승계 △순수지주사인 LX홀딩스 역할 재고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하기 위해선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의 지분이 3% 미만이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은 보유 중이던 ㈜LG 지분 7.72% 가운데 4.18%를 매각하고 1.5%는 LG 공익법인에 기부했다. 아들인 구형모 LX홀딩스 상무를 포함해 구본준 회장 일가가 보유한 ㈜LG 지분은 2.96%만 남게 돼 사실상 지분정리는 마무리됐다.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지분 증여도 이뤄졌다. 구본준 회장은 아들 구형모 상무에게 LX홀딩스 보통주 850만 주를, 딸 구연제 씨에게 650만 주를 증여했다. 구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했고, 구 상무 지분율은 0.60%에서 11.75%(2대 주주)로, 구연제 씨는 0.26%에서 8.78%(3대 주주)로 높아졌다.

문제는 오는 5월 예정된 공정위의 승인 절차다. 계열분리가 최종 인가나기 위해서는 LG와 LX 계열회사 간 임원들 상호겸임이 없어야 하고 양사간 거래로 인한 부당지원 혐의가 없어야며 자금대차나 채무보증도 없어야 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LX판토스의 대표 고객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인 만큼 공정위는 특히 LX판토스와의 내부거래를 꼼꼼히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준 회장의 나이가 70세를 넘긴 만큼 '안정적인 경영승계'도 LX그룹의 주요 숙제 중 하나다. 앞서 구광모 회장이 만 40세에 LG그룹의 총수가 된 만큼 구형모 상무(87년생)로의 경영 승계도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형모 상무는 2014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해 2021년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선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LG가(家)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형모 상무의 경영 승계는 예정된 수순"이라며 "올해 LX가 추진 중인 한국유리공업 인수·합병(M&A)이 첫 경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지주사인 LX홀딩스를 투자형 지주사로 변신시킬 것인지 여부에 대한 고민도 남아있다. 코로나19, 공급망 위기 등의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최근 그룹 지주사들은 '투자 컨트롤타워'로 탈바꿈하는 트렌드가 번지고 있다. LX그룹 내부서도 "순수지주사로는 선제적·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구본준 회장의 공격적이고 확장 지향적인 경영 스타일도 투자형 지주사가 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회장은 ㈜LG와의 지분관계가 정리되기 전에도 한샘, 한국유리공업 인수 등의 ‘빅딜’을 추진했다. 구 회장이 LG 품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운신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투자전문 지주회사가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 회장의 딸 구연제 씨(31)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2~3% 남짓 지분율을 보유하는 LG가(家) 딸들과 달리 구씨는 10%에 가까운 지분율을 갖고 있다. 구 씨가 아직 LX그룹에 입사하진 않았지만 현재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에서 근무하며 M&A 직무 경험을 쌓고 있는 만큼 향후 LX홀딩스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