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이라는 단어로 신한카드를 정의하기엔 우리 '업의 프레임'이 훨씬 더 넓고 다양해졌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회사의 정체성 변화를 강조했다. 1등 카드사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라이프&파이낸스 기업’으로 제2의 창업을 하겠다는 취지다.

카드업은 존폐 기로의 위기 상황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는 간편함을 무기로 결제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전통적인 수익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 사업만으로 지속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1등 카드사 안주 않고 '신한플레이' 비금융 탑재…생활금융플랫폼 도약
임 사장은 신한카드의 간판 디지털 플랫폼인 ‘신한플레이’를 단순 결제 앱이 아니라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키워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겠다고 강조한다. 신한카드는 신한플레이에 정보 제공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넣어 이용자들이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NFT(대체불가능토큰) 등록·조회 기능을 앱에 추가했다. 골프 레슨과 운세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금융회사가 이런 비금융 콘텐츠를 앱에 집어넣는 이유는 뭘까. 임 사장은 “사람의 모든 움직임에는 페이(결제)가 수반된다”며 “고객에 대해 더 자세히 파악한 뒤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비금융 콘텐츠를 통해 고객의 관심사를 살펴보고 이를 결제 빅데이터와 결합하면 맞춤형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별로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관련 상품을 추천하거나 할인 쿠폰을 주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앱을 통한 결제와 대출 등 본연의 금융 수익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한플레이 월 이용자 수(MAU)는 600만 명으로 2044만 명인 카카오페이의 3분의 1이 채 안 된다. 하지만 신한플레이 전신인 신한페이판 MAU가 2018년 353만 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꾸준한 증가세다. 올해 신한플레이와 신한마이카(자동차종합 플랫폼), 마이샵 파트너(소상공인 통합지원 플랫폼), 올댓쇼핑(온라인 직영몰) 등 모든 플랫폼을 합쳐 통합 1000만 명의 MAU를 달성한다는 것이 신한카드의 목표다.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과 조직도 바꿨다. 임 사장 스스로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넘어 최고경험책임자(CXO·Chief eXperience Officer)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외부환경이 변화하는 속도만큼 내부가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전방위적인 고객 경험 혁신을 이끌겠다”고 했다. 2018년 일찌감치 애자일(agile·민첩) 조직 문화를 구축한 신한카드는 올해 CX(고객경험)혁신팀을 만들었다.

임 사장은 “‘리부트 신한’이라는 신한금융그룹의 경영 슬로건에 발맞춰 업의 성장, 미래 고객, 조직문화 세 가지 관점에서 차별화된 경험 구축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