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를 덮친 반도체 공급난을 견뎌내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저용 차량(RV) 등 고수익 차량 판매를 늘린 덕분이다. 기아는 올해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13.5% 늘린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기아, 고수익 SUV로 달렸다…2년째 '역대최대 매출'
기아는 지난해 매출 69조8624억원, 영업이익 5조657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전년보다 각각 18.1%, 145.1%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기아는 차량 판매 증가와 고수익 모델 비중이 확대된 ‘믹스개선’ 효과로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2020년 대비 6.5% 증가한 277만6359대의 차량을 판매해 1조900억원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도매 기준)을 보면 중남미(43.3%) 인도(29.2%) 아프리카·중동(27.3%) 아시아·태평양(22.0%) 유럽(19.0%) 북미(6.8%) 순으로 늘었다. 중국(-43.4%) 국내(-3.1%)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판매가 증가했다.

믹스개선과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에 따른 평균 판매가격 상승은 2조92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4분기 기아의 평균 차량 판매가격은 2950만원으로 2020년 4분기보다 14.7% 증가했다. 지난해 판매에서 카니발 등 RV가 차지하는 비중은 58.2%로 2020년 대비 1.6%포인트 늘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7.3%로 2012년(7.5%) 후 9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기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13.5% 늘어난 315만 대로 세웠다. 매출은 19.0% 늘어난 83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27.3% 증가한 6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기아는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공장 가동률을 106%, 해외 99%로 높이기로 했다. 기아는 “반도체 공급난이 서서히 풀리며 2분기부터 생산이 점차 정상화될 것”이라며 “부족한 반도체 품목이 15종에 달했는데, 최근엔 그 종류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내년엔 대형 전기 SUV EV9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주당 3000원으로 2020년 1000원 대비 세 배로 인상했다. 기아 주가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1.6% 오른 7만7700원에 마감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생산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 41조7022억원, 영업이익 2조401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각각 전년 대비 13.9%, 11.5% 늘었다.

현대모비스는 중·대형, SUV 판매 증가에 따라 이들 차량에 공급하는 부품이 늘어나 전체 매출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차량에는 소형 차량보다 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친환경차에 납품하는 전동화 부품 매출은 6조93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710억원을 연구개발(R&D)에, 1조8424억원을 시설투자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2025년까지 짓는 수소연료전지 공장 투자 비용(1조3216억원)도 일부 포함돼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해외 완성차업체로부터 수주한 핵심 부품 규모는 25억1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3% 급증했다. 올해는 37억4700만달러로 수주를 늘릴 계획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