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왕시에 있는 현대로템 수소설비 조립센터에서 한 엔지니어가 수소추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경기 의왕시에 있는 현대로템 수소설비 조립센터에서 한 엔지니어가 수소추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이 음식물 쓰레기, 가축 분뇨, 폐기물 등에서 나오는 바이오 가스를 수소로 변환하는 장비를 다음달부터 양산한다. 회사 측은 바이오 가스를 활용하는 수소추출기가 수소 경제 밸류체인 확대의 첨병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 에너지로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2020년 12월부터 수소추출기 생산을 시작해 현재 5대 제조를 마무리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수주한 3대는 6월까지 조립 예정이다. 연 20대를 만들 수 있는 2000㎡ 규모의 수소추출기 조립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은 다음달부터다.

첫 수소추출기는 충주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에 배치돼 있다. 음식물에서 나오는 바이오 가스를 기반으로 수소를 뽑아낸다. 가스에서 메탄을 분리한 뒤 물과 반응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악취 가스’가 이 장치를 거치면 순도 99.995%의 수소로 바뀐다. 현대로템은 가축 분뇨와 폐기물에서 바이오 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을 토대로 축사와 폐기물 처리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4대는 강원과 인천 지역 수소충전소에 납품했다. 여기에서 생산된 수소는 수소차 충전 등에 쓰이고 있다. 수소추출기 한 대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 128대를 100% 충전할 수 있는 하루 640㎏의 수소를 생산한다. 트레일러 한 대를 통해 운송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 200~300㎏이다. 한 대의 수소추출기가 트레일러 두 대분이 넘는 수소를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로템은 소모품인 촉매제를 제외한 열 교환기, 압력변동흡착용기(PSA) 등 90%의 부품을 국산화했다. 해외 업체를 통해서도 제작 의뢰가 들어오고 있어 조만간 수출도 할 계획이다. 주영진 현대로템 수소사업팀장은 “기업 관계자들도 현대로템 수소충전기를 보고 놀랄 정도로 품질이 상당하다”며 “수소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유럽 등 해외에서 사용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수소추출기에 붙일 수 있는 소형 포집장치도 개발 중이다. 이 장비가 배출하는 소량의 이산화탄소를 ‘제로(0)’로 만들기 위해서다. 수소추출기가 온실가스 저감을 목적으로 개발한 장비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

현대로템이 강원도와 진행 중인 액화수소충전소 사업 협상도 막바지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800배 작아 한 번에 3000㎏ 이상 수송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수소는 수소차 충전뿐 아니라 필요한 곳에 운반한다. 액화수소충전 시설은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꼽힌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보급도 확대하고 있다. 수소충전 설비를 차량에 탑재해 이동할 수 있는 시설로 공사 현장의 수소건설 장비, 수소충전용 긴급출동차량 등이 주로 이용한다. 이를 통해 수소 충전 인프라 사각지대를 해소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수소 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 들어 기존 수소사업과 프레스사업을 담당하던 수소&프레스실을 수소에너지사업실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의왕=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