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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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변의 원리로 머리를 감으면 모발이 점점 검게 변하는 ‘염색 샴푸’로 알려진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이하 모다모다샴푸)의 기능 성분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 금지 원료로 지정한다. 해당 성분이 잠재적인 유전독성이 있고 피부가 민감해지는 증상인 피부감작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행정 예고를 마치고 모다모다샴푸의 모발 염색 기능을 하는 성분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rihydroxybenzene·이하 THB)을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 목록에 추가하는 개정 절차를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모다모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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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자문회의, 위해평가를 통해 THB의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잠재적 유전독성과 피부감작성 우려에 따라 THB 성분을 사용 금지 목록에 추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는 설명이다.

THB는 세포유전물질(DNA)과 염색체 손상을 평가하는 '비임상 유전독성' 시험에서 DNA에 변이를 일으키는 등 잠재적 유전독성을 배제할 수 없는 물질로 평가됐다.

또 피부감작성·자극성 및 급성독성·반복투여독성·생식발생독성·피부흡수 시험자료 검토 결과, 피부감작성 및 약한 피부자극성 물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람 유래 세포 등에서 DNA 손상 및 염색체 이상을 유발하는 결과를 확인했고, 쥐를 이용한 피부감작성시험 결과 상당한 피부감작성을 유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 자문회의는 THB의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사용량이나 빈도, 사용환경에 무관하게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고시 개정 절차를 마친 후 개정일 후 6개월 뒤부터 해당 성분을 화장품 제조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해당 성분을 화장품에 사용하지 못하게 한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 사례도 배경 중 하나로 들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유럽집행위원회(EC)는 SCCS의 자체위해평가 결과에 따라 2020년 12월 THB 성분을 사용 금지 목록에 추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THB는 유럽에서 화장품 생산에 사용이 금지됐고 올해 6월부터는 해당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유럽에서 판매할 수 없다.

THB 성분이 사용된 모다모다샴푸 관련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모다모다 샴푸는 이해신 KAIST(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가 폴리페놀 연구 개발을 통해 지난해 8월 출시했다. 주성분인 폴리페놀이 산소와 햇빛에 반응해 흰머리를 흑갈색으로 바꿔주는 원리의 신기술이란 소식에 국내외에서 510억원어치 이상 팔려나갔다.

그러나 식약처는 모다모다샴푸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아닌 데다 의약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과장 광고를 했다며 광고를 하지 못하게 조치했다. 이후 식약처는 지난달 THB 성분과 관련해서도 화장품 원료 사용금지 목록에 이를 추가하는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모다모다 측은 자사 제품에 대한 추가 유전독성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정고시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식약처는 "THB를 금지하는 주요 이유는 유전독성 및 피부감작성에 대한 잠재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신기술 지원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안심할 만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준과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이는 혁신적 기술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