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한솔제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명실상부한 ‘친환경 시대’다. 친환경은 점점 더 주요한 구매 척도가 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이고 기업에는 책임과 의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재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 최대 종합제지업체 한솔제지는 그런 측면에서 2022년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기업이다. 생분해성, 무독성, 재활용성 등 환경 친화적 신소재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제지업계 친환경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친환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영역”이라며 “종이로 기존 플라스틱, 비닐, 화학 소재를 대체함으로써 차별화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친환경 신제품, 프로테고·테라바스

한솔제지의 친환경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 제품은 테라바스다. ‘자연을 담는 용기’라는 뜻을 지닌 테라바스는 기존 플라스틱 계열의 PE(폴리에틸렌) 코팅 대신 한솔제지가 자체 개발한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한 종이 용기를 일컫는다. 종이류로 분리배출할 수 있어 재활용이 쉬울 뿐 아니라 내수성과 내열성이 우수해 용기, 컵, 빨대 등 다양한 용도로 식품업계 등에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디야, 폴바셋 등 유명한 카페 프랜차이즈가 이미 테라바스 종이컵과 빨대 등을 도입했다. 게다가 매장 내 일회용품을 종이 소재로 전환하기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식자재 쇼핑몰인 배민상회도 테라바스의 종이컵과 용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배민상회의 배달 용기는 코로나19 및 1~2인 가구가 증가한 영향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는 밀키트 전문기업 마이셰프와 공동으로 밀키트 포장용기를 친환경 종이 용기 ‘프로테고’로 전환하기 위한 공동 개발도 진행 중이다. 프로테고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방면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및 알루미늄 소재의 연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손꼽힌다. 내용물의 보존성을 높이되 종이류로 분리배출해 재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독자적인 코팅 물질 배합기술을 적용, 종이 표면에 산소와 수분, 냄새를 차단하는 코팅막을 형성해 기존 종이 소재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차단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 중국 식품안전성(GB) 기준을 모두 통과하며 식품포장재로서 안전성을 입증했고 차별화한 배리어(차단) 기술력으로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에도 특허를 출원했다”고 강조했다.

프로테고는 마스크팩, 앰풀 등 화장품은 물론 셰이크, 스낵, 펫푸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건강기능식품 기업 에이치피오와 건강기능식품용 포장재 ‘프로테고 H’를 개발해 비타민제 개별 포장에 적용하고 있다.

○나노셀룰로오스 소재 ‘듀라클’

나노셀룰로오스는 나무 등 식물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섬유를 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로 쪼갠 천연 나노 소재다. 무게는 철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다섯 배 이상이다. 3차원(3D) 그물망 구조로 돼 있어 분산 및 열 안정성, 점도 조절성, 친수성 등의 특성이 있다. 강철보다 단단하면서 동시에 외부 작용에 따라 변화가 자유로운 셈이다.

한솔제지는 국내 최초로 2018년 나노셀룰로오스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나노셀룰로오스 소재 브랜드 ‘듀라클’을 앞세워 다양한 소비재 분야의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기 위한 R&D에 힘을 쏟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세계 나노셀룰로오스 시장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9% 성장할 전망이다. 2020년 1조원(1만3000t)에서 2025년 2조5000억원(3만t)으로 불어난 뒤 2030년 6조원(7만6000t) 규모로 크게 커질 것으로 산업계는 보고 있다. 도료, 화장품, 우레탄, 고무, 전자,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적용이 가능한 데다 친수성과 생분해성을 갖추고 있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작년에는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듀라클을 활용한 친환경 화장품 원료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노루페인트와 듀라클을 적용한 페인트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듀라클을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솔제지는 신소재 개발 외에 버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제과와는 버려지는 카카오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카카오 판지를 개발해 제품 패키지로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종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포장용 종이 원료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환경 제품을 홍보하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친환경 가상전시관도 운영하고 있다. 전시관은 로비, 쇼룸, 콘퍼런스홀, 미팅룸 등 목적별로 현실감 있는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업종별 선두기업과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며 “올해는 그간 쌓은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결실을 선보이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 수준의 제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기술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