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3월 말 끝난다. 하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는 후임 총재 인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차기 대통령이 확정된 뒤 협의를 거쳐 인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자천타천으로 10명이 넘는 인사가 후임 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총재의 임기는 3월 31일 만료된다. 2014년 4월 취임한 그는 2018년 4월 1일 연임됐다. 한은법 33조에 따르면 총재는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임명과 청문회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3월 초까지 내정자를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인선 작업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오는 3월 9일 결정될 대통령 당선인에게 총재 인사권을 넘기는 것이 순리에 맞다는 여론 때문이다. 후임 총재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져 4월 14일, 5월 26일 열리는 기준금리 결정회의가 총재(금융통화위원회 의장 겸임)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승헌 부총재
이승헌 부총재
한은과 관계부처 등의 하마평을 종합하면 한은 내부 인사인 이승헌 한은 부총재와 윤면식 전 한은 부총재가 우선 차기 총재로 물망에 올랐다. 두 사람은 모두 한은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고, 부총재로서 당연직 금통위원을 지내 한은 임직원의 신망이 두텁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내부에서 총재가 임명된다면 두 명 외에 다른 후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면식 전 부총재
윤면식 전 부총재
‘문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조윤제 금통위원과 5월 임기가 끝나는 임지원 금통위원, 한은 조사국장을 지낸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도 거론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가운데서는 2016~2020년 금통위원을 역임한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물망에 오른다.

교수 출신 중에선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인으로서 처음 국제금융기구 최고위직에 올라 주목받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 몸담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을 짜고 있는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통화정책 권위자인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한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도 물망에 올랐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거론되지 않은 김중수 교수가 한은 총재로 발탁된 적이 있다”며 “예상 밖의 ‘깜짝 인사’가 임명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