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조원 자금이 몰렸던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에 수백억원 이상을 보유한 현금 부자가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고액 자산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공모주 투자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쩐의 전쟁’

LG엔솔 729억 청약 큰손, '따상' 땐 17.5억 차익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진행한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청약에서 100억원 이상 증거금을 낸 청약자는 31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많은 증거금을 낸 6명은 최고 청약 한도인 729억원을 납입했다. KB증권에서 일반등급 고객의 세 배를 청약할 수 있는 프리미어 멤버스일 때 가능하다. 이들은 48만6000주를 신청해 최대 3646주를 받게 됐다. 공모가 30만원 기준 10억9380만원어치다. LG에너지솔루션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에 성공한다면 17억5000만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증권사별로 100억원 이상 청약한 사람은 KB증권이 167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투자(103명), 대신증권(48명) 순이었다. 주요 금융회사의 VIP 고객인 자산가들이 청약 한도가 높은 은행 계열의 증권사를 이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고 청약 한도가 가장 높았던 KB증권에서는 400억원 이상 청약자가 15명에 달했다.

균등배정 대혼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기관투자가와 개인을 대상으로 공모주를 배정하고 증거금을 환불했다. 일반청약자들이 납입한 114조원 중 약 3조3000억원을 제외한 110조원이 환불 대상이다. 442만여 개의 계좌에서 100조원 이상이 이체되는 출금 대란이 벌어지면서 이날 오전 일부 증권사와 은행에서 이체 지연 사태가 빚어졌다.

증권사마다 균등배정 방식이 다르다 보니 혼란스러워 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청약을 진행한 증권사에는 최종 배정된 주식 수를 놓고 투자자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동일한 증권사에서 같은 수량을 청약했는데 배정주식 수가 다른 일이 발생하면서다.

이번 청약에서는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 이상을 청약하면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6개 증권사에서 균등배정주식을 최소 1주 이상 받는다. 그러나 균등배정과 비례배정시 생긴 소수점 단위 주식을 추첨으로 배분하는 과정에서 배정주식에 차이가 발생한다. KB증권의 경우 10~40주를 청약한 사람은 1주, 대신증권은 10~70주, 신한금융투자는 10~20주를 청약하면 최소 1주가 배정됐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30주를 청약했을 때도 비례배정주식을 받을 수 있어 최대 4주를 받는 사례도 나왔다.

중소 공모주도 대흥행

IB업계는 공모주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증권사별 균등배정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흥행 이후 중소 공모주에도 수조원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이날 청약을 마감한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이지트로닉스와 가상현실(VR) 게임 개발사 스코넥엔터테인먼트에는 이틀간 총 11조20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증권가는 최근 상장한 오토앤이 상장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이어간 것이 공모주 투자 열기를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주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 유통가능 주식 수는 2072만 주로, 전체 상장 주식 수의 8.9%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기관투자가에게 배정된 물량의 58.3%가량을 상장 직후 팔지 못하도록 의무보유확약을 걸었다. 기관들의 신청 비율 77%보다 소폭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일 해외 기관들의 물량과 개인투자자의 공모주가 쏟아져나온다면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