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시장이 쪼그라드는 상황에도 ‘화요’ 등 증류식 소주 소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홈술’ 문화가 확산하자 취하는 술보다 맛있는 고급 술을 찾는 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주·맥주 말고 화요·일품"…비싸도 잘나가는 증류주
20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21만4807kL로 집계됐다. 전년(337만6714kL) 대비 4.8% 감소했다.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6년 이후 5년 연속 줄었다. 회식 문화가 바뀐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도 주류 소비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계속 늘고 있다. 2020년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1929kL로, 전년(1714kL) 대비 12.5% 증가했다. 2015년(954kL)과 비교하면 출고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증류식 소주는 쌀이나 보리 등의 재료를 발효시켜 만든 청주를 가열해 받아낸 술이다. 순수한 에탄올(주정)에 물을 타고, 조미료를 넣어 맛을 낸 희석식 소주와 달리 원재료의 풍미를 그대로 담고 있다. 제조 방식 특성상 희석식 소주에 비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지만 최근 들어 술을 마시는 목적이 ‘취하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바뀌며 마니아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의 대표 주자는 화요다. 도자기 회사를 운영하던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이 고급 한식에 어울리는 전통주의 필요성을 느껴 2005년 처음 선보인 술이다. 광주요그룹은 화요를 내놓은 뒤 10년간 적자를 낼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15년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매년 영업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화요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하이트진로는 화요보다 2년 늦은 2007년 ‘일품진로’를 내놓으며 증류식 소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품진로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78% 급증했다. 하이트진로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일품진로가 예상보다 큰 인기를 얻자 경기 이천공장 생산라인을 조정해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