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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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업이 보유한 달러예금이 60억달러(약7조140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폭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해 달러를 대거 사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지난해 말 국내 거주자의 달러예금은 829억6000만달러로 작년 11월 말보다 58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작년 7월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거주자 달러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은행에 맡긴 달러예금이다.

달러예금이 감소하자 금융업계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달러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달 퍼진 상황인 만큼 더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색채가 갈수록 짙어진 결과다.

세부적으로 보면 개인은 달러예금을 늘린 반면 기업은 대폭 줄였다. 개인 달러예금은 지난달 말 169억5000만달러로 2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기업은 660억1000만달러로 60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달 감소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기업 달러예금이 감소한 것은 작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작년 8월부터 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금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면서 달러예금을 불려왔다.

기업 달러예금 감소는 SK하이닉스의 인수합병(인수·합병) 거래에서 비롯했다. 이 회사는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90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작년 체결했다. 인수자금을 1차(70억달러)와 2차(20억달러)로 나눠 지급하는 내용이다. SK하이닉스는 계약에 따라 지난해 말 1차 인수자금인 70억달러를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보유한 달러예금을 상당액 털어 쓴 것으로 파악된다. 2차 인수자금은 오는 2025년 3월에 지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인수금융이 상당한 규모지만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사가 달러를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마련한 만큼 외환시장 파급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달 달러예금이 줄었지만, 이달부터 기업을 중심으로 달러예금이 재차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 외환팀을 사이에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 안팎을 넘나들며 달러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