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성지'로 떠오른 잠실 제타플렉스 내 보틀벙커에서 와인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줄 서 있다. 롯데마트 제공
'와인성지'로 떠오른 잠실 제타플렉스 내 보틀벙커에서 와인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줄 서 있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메가 와인샵’ 보틀벙커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방문자를 흡수하며 집객력을 입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의 고민이었던 원거리 소비자 확보와 상권 확대를 보틀벙커가 해결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오프라인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로플랫이 잠실 제타플렉스(롯데마트 잠실점의 리뉴얼 명칭) 개장 이후 2주 간 방문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타플렉스 전체 방문객보다 보틀벙커 방문객의 거주지 분포가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플랫은 네이버와 LG CNS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GPS보다 정확하게 실내 매장 방문을 인식할 수 있는 '와이파이 핑거프린트' 기술을 보유했다. 보틀벙커는 잠실 제타플렉스 1층 면적의 70%(1320㎡·400평)를 차지하는 대규모 와인 매장으로, 국내 최다 수준인 4000여 종의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로플랫에 따르면 제타플렉스 방문객 거주지는 잠실과 가까운 근거리 지역이 대부분이었지만 보틀벙커는 서울 서부와 경기 남부 등 분포가 다양했다. 제타플렉스와 보틀벙커의 방문객 거주지역 상위 3곳은 송파·강남·강동구로 동일했다. 4위부터는 분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타플렉스 4~6위는 잠실 근처 광진구, 남양주시, 하남시가 차지한 반면 보틀벙커는 성남분당과 성남수정, 성남중원이 차지했다. 수정과 분당, 중원은 제타플렉스 방문객 거주지 순위에선 9위와 11위, 27위에 머물렀다.

보틀벙커 고객 거주지 15위 안에는 영등포구(10위), 마포구(15위) 등 서울 서부권과 용인기흥(12위)와 용인수지(13위) 등 경기 남부권이 다수 포진했다. 제타플렉스 고객 거주지 순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이다. 롯데마트 자체 데이터로도 제타플렉스 전체 고객 중 5㎞ 이상 원거리 고객 비중은 24.2%였지만 보틀벙커는 45.1%에 달한다. 세대별로는 구매력이 높은 3040대 비중이 62.2%로 제타플렉스 전체 44.3%를 웃돌았다.
'와인성지'로 떠오른 잠실 제타플렉스 내 보틀벙커. 롯데마트 제공
'와인성지'로 떠오른 잠실 제타플렉스 내 보틀벙커. 롯데마트 제공
게다가 보틀벙커 방문객 중 82%는 다른 매장을 교차방문했다. 보틀벙커가 집객효과뿐 아니라 ‘낙수효과’까지 창출한 것이다. 로플랫 관계자는 “82%의 교차방문 수치도 고무적이지만 18%라는 적지 않은 방문객이 보틀벙커만 들른 후 빠져나간 뚜렷한 목적 방문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며 “이들을 다른 매장 구매로도 연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와인 동호회와 인플루언서 등 일반 소비자 대상 홍보효과가 큰 집단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통사들은 이들 전문가 집단의 홍보효과에 주목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추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와인업계 전체의 수입이 제한적이지만 보틀벙커는 미리 희귀 와인을 대규모로 확보해 판매 중”이라며 “와인 동호회와 인플루언서들이 줄을 서서 구매하는 ‘와인 성지’로 등극했다”고 말했다.

보틀벙커 효과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롯데마트는 오는 3월과 4월 새로 오픈하는 맥스 창원중앙점과 맥스 상무점에 보틀벙커를 입점시킨다. 이후엔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의 주요 점포에 보틀벙커를 투입할 계획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