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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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5관왕에 올랐다. 공모 규모, 수요예측 경쟁률, 청약증거금, 청약자 수, 상장 후 시가총액 등 5개 분야에서 모두 신기록을 세웠다. 특히 흥행을 가늠하는 척도인 일반청약에서 114조원 이상의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단일 투자 건에 1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돈이 유입되는 일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국내 주식 투자자 규모와 공모주 시장이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LG엔솔, 균등 배정땐 최소 1주…1억원 넣었으면 5주 받을듯

수백억원대 자산가들 대거 청약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114조1066억원이 몰렸다. 최대 청약한도가 243억원인 KB증권에 수백억원대 현금을 굴리는 자산가들이 대거 청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한도가 180억원대로 높았던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도 청약자 다수가 수십억원대 증거금을 납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뱅크 청약 당시 청약한도까지 증거금을 납입한 자산가들이 많았던 것처럼 이번 청약에서도 공모주를 1주라도 더 받기 위한 ‘쩐의 전쟁’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약 마지막날 자금을 이체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시중은행의 머니마켓펀드(MMF) 출금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단기부동자금(현금·저축성예금·MMF·종합자산관리계좌 등) 1500조원 중 6%가량이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유입된 영향이다.

이번 청약에는 공동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을 비롯해 대신, 신한, 미래, 신영, 하나, 하이투자 등 7개 증권사에서 442만4470명이 공모주를 신청했다. 일반청약 물량은 당초 1062만5000주였으나 전날 우리사주 청약에서 약 35만 주가 미달되면서 총 1097만482주로 소폭 늘었다. 이 중 50%인 548만5241주가 균등배정 대상이다. 최소 청약수량인 10주를 청약한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에서 균등배정 물량을 1주 이상씩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은 추첨을 거쳐 1주를 배정한다. 26%의 확률로 1주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청약에서는 계좌당 평균 2600만원의 증거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0주 이상을 청약했다면 2100만원을 증거금으로 추가로 넣었을 때 비례배정 주식 1주를 받을 수 있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균등배정주식 1주와 비례배정주식 4주 등 5주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물량 9%로 적어 품절주 될 듯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주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직후 유통물량이 9%대로 적어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초 유통물량은 전체 주식의 14.53%였으나 기관투자가들의 77%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는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하면서 유통주식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회사 측은 기관 배정 물량의 60% 가량에 확약을 걸어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장 첫날 전체 주식의 9%인 7조원어치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30만원)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에 성공하면 주가는 78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 시가총액은 약 70조2000억원에서 182조5200억원으로 치솟는다. SK하이닉스(91조원)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에 오르게 된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주당 48만원 평가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모회사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이 46조원이어서 ‘따상’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에 참여한 국내외 11개 증권사는 수수료로 총 892억원을 챙길 예정이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은 이번 IPO로 196억35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한 해 IPO 관련 수수료(약 700억원)의 30%가량을 한번에 거둬들이는 것이다. 공동주관사인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98억1750만원씩을 챙길 예정이다. 여기에 기여도와 흥행 실적 등에 따라 총 공모금액의 0.3%를 성과수수료로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청약 증거금에서 발생하는 수익도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이틀간 청약 증거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다. 이번에는 114조원이 몰리면서 증권사별 수십억원대 이상의 이자 수익이 가능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