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2시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에서 선착순으로 진행된 이더리움 ‘스테이킹(staking)’은 단 10초 만에 종료됐다. 1280개(시가 48억원)로 한정된 이더리움의 모집 한도를 순식간에 채우면서다. 스테이킹은 은행 정기예금처럼 암호화폐를 거래소나 수탁업체에 맡기고 이자로 암호화폐를 받는 ‘코인 예금’이다. 코인을 현금처럼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코인 결제도 연간 50%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코인 시장의 약세에도 ‘코인금융’ 생태계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두나무에 따르면 업비트에서 14일과 17일 두 회차에 걸쳐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통해 모집한 이더리움은 1920개, 시가로 약 73억원에 달한다. 1회차 스테이킹은 5분 만에 모집 한도(640개)를 채웠다. 스테이킹에 참여한 투자자는 일정 수익률(17일 기준 연 5.1%)의 이더리움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더리움 재단이 출금 가능한 시점을 공지하면 이때 코인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스테이킹 수익률은 매일 단리로 계산되고 이더리움 재단의 정책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이더리움 시세가 떨어지면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테이킹 수요가 급증한 데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비트의 스테이킹은 다른 거래소에 비해 출발이 늦은 편이다. 코인원(2019년)을 시작으로 빗썸(2020년)과 코빗(지난해 4월)이 잇달아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선보였다. 코인원은 이더리움뿐 아니라 클레이튼(연 5.63%) 코스모스(연 8.27%) 테조스(연 5.63%)의 스테이킹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고팍스에 예치된 암호화폐는 시가로 5300억원에 달한다.

코인은 결제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월평균 6만6000건의 거래를 처리하는 미국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업체 비트페이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57% 늘어났다. 결제 속도가 느린 비트코인의 사용 비중이 줄어들고, 이더리움(15%)이나 달러화와 1 대 1로 교환 가능한 스테이블코인(13%) 등의 사용 비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14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린이용 전기자전거를 도지코인으로 살 수 있게 하는 등 일부 상품 결제를 허용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인 다날의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 가입자 수가 250만 명에 달한다. 결제 가능한 가맹점도 CU와 CGV 등 소액결제 위주에서 고액결제가 많은 기아까지 확대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