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의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고삐가 풀린 원자재 가격 상승세,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에 이어 앞으로도 금리 및 전기요금 인상 등의 악재가 예고돼 있어서다. 중소기업들은 올해 경영계획 수립 시 가장 우려하는 점으로 ‘판매원가 상승’(59%, 복수응답)을 꼽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달 종업원 5인 이상 중소기업 580개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원자재·물류비·전기료·금리까지 안 오른 게 없다"
실제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인 원유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원유는 지난 14일 배럴당 83.8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작년 11월 9일(84.15달러)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원자재인 비철금속 가격도 급등세다. 지난해 런던금속거래소(LME) 6대 비철금속 평균 가격은 모든 품목이 전년 대비 최저 20.9%에서 최고 87.7%까지 뛰었다. 주석 가격(전년 대비 87.7% 상승)이 가장 많이 올랐고, 알루미늄합금(61.2%) 구리(51.0%) 알루미늄(45.4%) 등이 뒤를 이었다.

중기업계는 올해 전기요금을 5.6% 수준 인상하는 정부 방침에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생산원가에서 전력 비율이 높은 도금, 주물 등 뿌리산업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금속 열처리는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5%”라며 “뿌리산업만이라도 (예외 규정을 적용한)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중소기업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연 3.3%로 잠정 집계됐다. 전월 대비 0.16%포인트 뛰었다. 2020년 12월 금리(연 2.89%)와 비교하면 0.41%포인트나 올랐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 세 차례 이어졌던 코로나19 피해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까지 3월 만료되면 휴·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 화성의 플라스틱 압출 업체 대표는 “원료 가격은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30% 이상 뛰었고, 유류비부터 인건비까지 안 오른 게 없는데 납품 가격은 오르지 않아 샌드위치 신세”라며 “영업이익률은 3~4%로 대기업 절반인데 더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